한국일보 한국일보 통합앱다운

노년에 성인 자녀를 잃은 상처는 몇곱절 더 커요

2017-10-13 (금) 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작게 크게

▶ 젊었을 때 어린 자녀 잃으면, 주변의 위로나 또 낳아 극복

▶ 황혼기엔 현실적 어려움 가중, 경제적 도움·간병 등 지원 끊겨

51세에 심장 이상으로 돌연사한 마이클 지오타. [사진 Misha Friedman/NY Times]

앤 맥브리어티 지오타. 2013년 아들 마이클을 잃었다. [사진 Misha Friedman/ NY Times]


뉴저지 주 리버 베일의 앤 맥브리어티 지오타는 2013년 8월의 그날 아침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나는 한 순간은 아들 마이클이 픽업 오지 않아서 화가 나 있었고, 늦는다며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던 사실이다. 다음 순간은 문 앞에 경찰들이 서있었고 마이클이 죽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51세의 아들이 심장 이상을 일으켜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는 것이었다.“그런 거짓말은 하지 마세요”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녀는 경찰에게 말했었다. 60년전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지오타는 북키퍼로 일하면서 다섯 자녀를 키웠고, 이혼도 겪었다. 87년을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사건과 난관을 헤쳐 나왔지만 그때가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녀를 앞세우는 것은 참척의 고통이다. 자연의 순리는 부모가 먼저 죽고 자식이 나중에 죽는 것이 정상이다. 이 순서가 뒤바뀔 때 부모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 이상의 것이다.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 느낌”이라고 지오타는 말했다. 우울증이 찾아오고 육체적 건강도 나빠지고 결혼생활이 파탄 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위스컨신 매디슨 대학의 사회학자 마샤 마일릭은 “사라지지 않는 트라우마”라고 말했다. 사별에 관해 연구해온 닥터 마일릭은 특히 성인 자녀의 죽음을 맞은 노인들의 경우는 특별히 더해서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설명했다.


성인이 된 자녀를 잃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텍사스 대학의 연구진이 1992년부터 2014년까지의 연방 건강은퇴연구 데이터를 검토해본 결과 자녀를 잃은 50세 이상의 미국인이 11.5%나 됐다. 흑인은 16.7%, 백인은 10.2%였다. 부모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녀 사망 비율은 올라갔다.

90세 이상의 미국인 약 250만명 중에서 7%를 차지하는 17만5,000명의 부모들이 50세가 넘은 후 자녀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노령층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인생 황혼기에 자녀와의 사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숫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대학의 사회학자 데보라 카 박사는 중년의 시기에 자녀를 잃으면 동년배 친지들과의 삶의 공통분모 역시 잃게 된다고 말한다. 얼마전 36세의 아들을 자동차 사고로 잃은 위스컨신 커플의 경우, 아들이 자녀를 한명도 남기지 않고 죽었으니 친구들이 한창 자랑하는 손자손녀를 보는 기쁨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부모가 노년에 자녀를 잃는 것은 젊은 시절 어린 자녀를 잃는 것과는 또 다른 상실의 아픔이 있다. 예를 들어 100세 노인이 80세 딸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한 경우도 보았다고 매서추세츠 대학의 노인학자 캐스린 보에너는 말했다.

이런 일은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어린 자녀의 죽음을 맞은 부모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지만 성인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노년의 삶에서 겪게 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문제는 미국의 많은 노인들의 간병을 가족이 하고 있다는 것으로, 성인 자녀를 잃는 것은 부모에게 필요한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앞서 예로 든 마이클의 경우 지오타 가족의 중요한 지원군이고 도우미였다. 그의 누나 캐슬린은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걱정될 때마다 5분 거리에 살고 있는 마이클에게 전화해서 가보라고 했다”면서 이젠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마이클이 엄마를 모시고 외식도 나가고, 마켓에서 식료품도 사다 드리고, 허리케인 샌디가 왔을 때는 자기 집으로 피신시키는 등 집안의 기둥 노릇을 해왔으니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오타의 가족처럼 형제자매가 있는 패밀리는 그래도 좀 낫다. 요즘 대부분의 가족은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인데, 이를 잃는 것은 미래에 대한 모든 기대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성인 자녀를 잃은 노년의 부모는 사회적 서포트 그룹의 도움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자녀가 없는 부모들은 그들끼리의 사회적 네트웍이 있어서 서로의 처지를 나누고 소통하는 창구가 있다. 그러나 노년에 자녀가 사라지고 나면 그 상실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서포트 그룹을 찾아보기 힘들다.

죽음의 원인 역시 문제가 된다. 현재 많은 백인 가정에서 마약 관련 사망과 자살이 일어나고 있다. 마약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갈수록 크게 늘어나고 있어 현재 미국의 당면과제로 국가적 비상사태가 선포됐을 정도다. 한편 흑인들은 오래전부터 갱 관련 문제로 많은 젊은이들을 잃어왔다. 이처럼 갑작스런, 그리고 폭력적인 죽음으로 자녀를 잃게 되면 그 충격과 상처가 훨씬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죽음의 경우 많은 부모들이 자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이 닥터 데보라 카의 설명이다. 자신이 뭔가 달리 해줬다면 죽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괴로움이다. 마이클의 어머니 역시 처방약 진통제 복용 문제를 두고 마이클과 많이 싸웠다면서 그녀 역시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의 경우 이웃 친지들의 위로의 발길도 현저히 다르다. 서로 조심스러워서 안부 전화나 방문이 어렵기 때문이다. 닥터 카는 “오히려 주변의 서포트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도 끔찍한 비극 앞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빚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잃은 경우 사람들은 많은 위로와 관심을 보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가게 되고, 무엇보다 새로 아기를 가짐으로써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노인 부모는 다시 아기를 낳을 수도 없고, 이미 배우자도 잃은 노인의 경우엔 현실적으로 도움과 위로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과 슬픔 속에서도 인간은 강인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새로운 인생의 목표가 있을 때, 혹은 삶의 새로운 좌표를 찾을 때 고통을 승화시켜나가는 것이다.

낸시 쿤츠와 남편 그랜트는 2010년에 34세의 아들 제러미가 노스캐롤라이나 랠리의 자기 침실에서 약물 과용으로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들은 오랫동안 조울증으로 고통받아왔으며 수없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처방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아들을 잃은 것은 끔찍하고 크나큰 충격이었다.

보수적인 교회의 목사였던 그랜트 쿤츠(74)는 과거에 언제나 교인들에게 그림처럼 완벽한 목회자의 가정을 보여주려고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가족의 문제를 오픈하기 시작한 쿤츠 부부는 정신병을 위한 전국연맹에서 일하고 있으며, 해마다 랠리에서 이 분야의 연구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열리는 도보행진 워크 포 호프(Walk for Hope)에 참여하고 있다. “이젠 부끄럽지 않다”고 낸시와 그랜트 쿤츠 부부는 말했다.

앤 지오타 역시 종교적인 믿음을 갖게 되면서 살아갈 힘을 찾았다. 매일 아침 식사 후에는 마이클을 위해 묵주기도를 드린다. 아침 기도는 그녀에게 하루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면서도 “하느님과 엄청 싸운다”고 그녀는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우리 마이클을 왜 데려가셨나요? 하면서 따져 묻곤 하지요”

<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