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중 공조와 북한 분할통치

2017-10-13 (금) 정계훈국제경영전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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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공조와 북한 분할통치

정계훈국제경영전략 명예교수

한반도 안보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태평양 해상에서 실시하겠다고 미국을 위협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과 수뇌부를 초토화 할 수 있는 전투 훈련을 북한 인근에서 실시하고 있다. 계획된 전쟁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핵실험이나 전투훈련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오판이나 실수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에서 수백만의 인명 피해는 물론 한반도 영토는 황무지로 변할 것이다.

미국은 북핵 위협에 무력적인 대응 준비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국제적인 제재로 북한이 핵포기 할 것을 압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과거 10여년 동안에 8차례에 걸쳐 대북제재 결의 사항을 북한에 통보했지만 북한은 아랑곳 하지 않고 6차례 핵실험과 수십 차례 탄도미사일 시혐을 했다.

최근에 6.3의 인공지진력을 발휘한 수소폭탄 실험과 태평양을 목표로 한 중단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의 성공적인 발사 실험으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과시했다.


급속도로 진전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경악한 미국은 고강도의 경제적 제재와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북한의 주 동맹국인 중국에도 북한을 압박하라는 요구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표면상으로는 미국과 협조를 한다고 하지만 원유공급이나 광산물 수입 등 북한체제 유지에 필요한 무역거래는 지속 해왔다. 그러한 중국이 최근에 미국이 기대 했던 이상으로 북한 제재와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북한을 감싸고돌던 중국이 왜 갑자기 북한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변화 시켰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근본적으로 북한이 붕괴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북한이 붕괴되면 중국은 주한 미군을 북한과의 국경에서 마주 치게 되고 수십만 피난민들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과 평화적으로 공존 하면 모르지만 핵무기 보유를 고집하면 미국과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성취하기 위하여 북한과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데 이러한 압박이 실패하면 군사행동이 불가피해진다. 미국이 중국의 도움 없이 북한을 장악하게 되면 중국은 대 북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고 북한에 투자했던 막대한 광산물 자산을 잃게 됨은 물론 미국과의 교역도 순탄치 않게 될 것이다.

반대로 미국과 동조하여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핵 포기 또는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세계 특히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행사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골칫거리 북한을 포기하고 미국을 택하면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이 많을 것이다. 우선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북한 붕괴 후 핵자산과 치안 관리에 관여하게 될 것이고 북한(적어도 북부북한)에 친중정부를 수립하여 북한과의 교역도 자유롭게 이루어질 것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의 공조로 북한을 제압한다면 한국은 중국의 동의 없이 남한이 원하는 남북통일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제2차 대전 후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린 것처럼 북한이 친중 북부북한과 친미 남부북한으로 분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사람들은 북한이 붕괴되면 북한 특히 남부북한이 자동적으로 남한의 영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것은 남한이 한미 동맹 관계를 충실히 이행했을 때 기대 할 수 있다.

한국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달래기 위하여 특정 수준의 유화적인 정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러한 유화정책이 미국과 국제 사회가 주도하는 제재와 압박에 역행하거나 “한미동맹이 깨진다 해도 전쟁은 안 돼”라는 태도로 동맹관계를 접근하면 미국은 북한을 관리하는데 한국을 패스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핵무장한 북한을 감싸고돌면 잃을 것이 많아진다. 반대로, 미-중 공조로 북한이 비핵화 하거나 붕괴되면 향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다. 이 와중에 한국의 대북 영향력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국가 간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현실이 다시금 실감이 난다.

<정계훈국제경영전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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