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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2017-10-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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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은 그리스에서 시작된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서 철학은 출발한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해나가는 것이 철학이다. 그래서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 필로소피, 곧 철학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것의 근본에 대한 탐구를 했기 때문에 추상적 사고를 하는 철학이 발달한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 “우주의 근원은 무엇인가”와 같이 철학자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 사실 가장 어리석어 보이는 것은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리스에서 리더가 되는 유일한 길은 혈통을 이어받는 것이다.

서양 문명의 또 다른 원조는 로마다. 그리스·로마 이 두 문명을 합쳐 부르면 ‘그레코 로만’이 된다. 레슬링 경기에 그 이름이 아직도 남아 있다. 로마는 그리스보다 학술적 측면에서는 뒤처졌다. 로마 신화는 사실 그리스 신화를 번역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로마 귀족의 정원에 가보면 그리스 신전에서 약탈한 조각상을 많이 가져다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문명의 측면에서 그리스에 뒤진 로마는 리더 선출에서만큼은 남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로마에서는 혈통에 따라 리더 자리를 물려주지 않았다. 로마 정신을 따르는 사람은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인재 선발의 풀이 훨씬 넓었다는 말이다.

결국 로마는 그리스를 식민지로 만들고 나아가 전 세계를 경영하는 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로마에는 ‘전쟁 중에는 전투에서 패배한 장군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전통이 있었다. ‘패장은 할 말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다음번 전투가 있을 때까지만 침묵을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전투가 있을 때 이 패장은 전심전력을 다해 싸울 것이 분명하다. 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부하에게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람이 아니다.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조직이 복지부동하는 이유의 80%는 리더가 제공하는 것이다. 실수·실패·패배에 대한 책임을 가혹하리만큼 물으면 그 조직은 복지부동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딱 들러붙거나 ‘신토불이’가 된다. 페르시아 왕은 패장에게 책임을 확실하게 물었다. 심지어 패전보를 전하는 메신저마저 죽여버리고 말았다.

그 후 페르시아 왕은 자국 군대의 패전보를 다시는 듣지 못한다. 다 와서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쓴소리를 즐겨라”라고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한 말을 새겨들어라.

로마에서는 승리하고 귀환하는 개선장군을 몹시 환대했다. 거의 신에 가까운 대접을 했다. 줄리어스 시저는 아예 신으로 추앙됐다. 연도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로 네 필의 말이 끄는 마차에 마부와 개선장군이 타고 있다. 개선장군 바로 등 뒤에는 노예가 하나 바짝 붙어 있다. 그리고 그 노예는 귀엣말로 개선장군에게 이렇게 계속 되뇐다. “메멘토 모리.” 직역하면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무슨 뜻일까. ‘지금 연도에 있는 수많은 시민이 당신을 신으로 추앙하고 있지만 당신도 역시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잘나간다고 우쭐대지 말고 그런 때일수록 더욱 겸손하라.’

잘나갈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기세등등해진다. 그러면 남에게 어떻게 비칠까.

교만하게 비치게 마련이다. 못 나갈 때는 저절로 위축된다. 그럴 때 겸손하면 어떻게 비칠까. 비굴해 보이는 법이다. 잘나갈 때 겸손하라. 그리고 못 나갈 때 당당하라. 말은 겸손하게 하고 행동은 당당하게 하라. 그런데 이것도 거꾸로 하는 사람이 많다. 말은 거창한데 해놓은 것을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감동은 자신이 기대한 것 이상을 경험했을 때 생긴다. 고객들에게 큰소리로 광고하고는 저질의 상품을 판매하는 조직은 그 역효과가 더 큰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작게 약속하고 크게 실천하라. 말과 행동의 엇박자 정신이 바로 메멘토 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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