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시지포니언 태스크(Sisyphean Task)

2017-10-03 (화) 연주영/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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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에 들어서 또 다시 학업을 걸머지고 힘들어하는 학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시지프스(Sisyphus)의 신화가 떠올랐다.

시지프스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서 나오는 고린도의 왕이었다. 그는 제우스 왕의 비밀을 폭로한 형별로 거대한 바위를 무한 반복하여 산꼭대기까지 올려놓는 무의미한 일을 하게 된다. 이 신화는 그저 저주 받았던 시지프스의 이야기로 인간의 끝없는 고뇌를 비유한 것이라고만 여겨졌다. 그러나, 알베르 까뮈(Albert Camus, 1935-60)는 자신의 철학적 에세이 (시지프스 신화(Le Mythe de Sisyphe)’에서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까뮈는 시지프스가 그리스의 시인 호머(Homer) 말한 것처럼 그 누구보다 지혜롭고 총명했다고 했다. 그렇기에 시지프스는 바위가 굴러서 산을 떨어져 내려오는 그 짧은 순간에 분명히 자각 했을 것이라고 했다. 제우스가 내린 형벌을 이겨 내고 있는 자신은 바위보다 더 강하고 운명보다도 더 강하다는 것을…… 그리고, 까뮈는 시지프스에게는 산을 올라가는 그 자체 또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산정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행복한 시지프스를 마음 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시지포스를 관찰하면서 까뮈는 실존 주의를 발견했던 것이다.


삶이란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그는 결국 삶의 의미는 각자가 스스로 의미를 부여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까뮈는 그리스 신화의 또다른 비극적 주인공인 에디프스(Oedipus)도 언급했다. 수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결국은 고결한 영혼을 얻었기에 모든 고난에 만족하다는 에디프스의 증언이 의미깊게 들린다. 까뮈는 더 나아가서 우리들의 인생에는 괴로운 “겟세마네의 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나, “행복”과 “불행”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나는 시지프스를 생각하면 조지 칼린(George Carlin)의 명언이 기억난다. “인생은 우리가 숨쉬는 시간들보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순간들로 판단된다. (Life is not measured by the number of breaths we take, but by the moments that take our breath away!) 우리는 저마다 ‘시지포니언 태스크’라 여기는 일을 할 때가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어른들은 직장과 집에서 즉 삶 속에서 재미없고 완수할 수 없은 끝없는 노고라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까뮈나 조지 칼린이 말해주고 있듯이 부조리(absurdity)를 경험하는 그 순간에 그 일이 어떤 의미를 우리에게 주고 있는지를 찾을 수 있다면, 그 일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올해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어려운 학업이 마치 시지프스가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리는 것과 같은 끝없는 노고처럼 여겨질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일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나아가면서 숨막히게 아름다운 순간들을 많이 경험하기를 바란다

<연주영/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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