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프트랜딩’과 ‘하드랜딩’ 대북전략

2017-08-23 (수) 정계훈 / 국제경영전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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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끊임없는 핵무기 개발이 이제는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경지에 이르러 북미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에 동참하여 미국과 평화협상을 시도하면 북미 간의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소될 수 있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전제로 평화협상에 임한다면 미국과의 마찰이 지속될 것이다.

세계역사를 볼 때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국가나 지역 간의 갈등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됐다기보다는 무력경쟁으로 해소됐다. 강자가 약자를 무력으로 굴복 시키거나, 아니면 약자가 강자에 불가피한 양보로 평화를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 미국의 남북전쟁과 세계 2차대전은 인적 물적 피해가 많았던 하드랜딩(Hard landing)이었고, 2차대전 후 미-소 와 동-서독간의 대결은 약자의 양보로 인명 피해 없는 소프트랜딩 (Soft landing)으로 종결됐다.

북미 간이나 남북한 간의 갈등도 언젠가는 하드랜딩이나 소프트랜딩으로 종결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소프트랜딩이지만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랜딩이든 하드랜딩이든 갈등해소의 불변원칙은 힘 있는 자가 약자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국방력과 확고한 안보의식을 보유하고 있다. 과연, 한국도 이러한 힘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북한은 수십년 동안 원자폭탄,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다양한 살상무기를 개발하여 한국은 물론 미국을 위협하고 있고 재래식 장사정포만으로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반면, 한국은 일관된 방위정책 없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멸공통일, 흡수통일, 햇볕정책, 유화정책 등으로 우왕좌왕 해왔다. 그 결과 오랫동안 논의해오던 독자적인 ‘한국형 방위체제(KAMD와 Kill Chains)’도 현실화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도 하드랜딩보다는 소프트랜딩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적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로 미국을 위협하여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고 평화협정에 응하라고 요구한다. 평화협정 체결로 주한미군이 남한에서 철수하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무방비 상태인 남한을 자의대로 지배하겠다는 북한판 소프트랜딩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소프트랜딩 전략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괌 등 미국영토를 핵 탄도미사일로 위협하면 미국은 무력 대응을 불사할 것이다. 북한의 핵심 수뇌부, 주요 핵전략 자산, 휴전선 인근의 장사정포 등을 단시간 내에 초토화할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미국의 확고한 안보의식을 오판하지 않기 바란다.

문제는 전쟁도발 시 한반도에서 일어날 막대한 인명 피해다. 북한이 무모한 핵도발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은 무력행사를 자제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소프트랜딩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UN안보리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 전술화에 필요한 자금줄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했으니 좋은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이 이러한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환율조작과 지적자산 침해 등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한국이 대북갈등 해소과정에서 승자로 대두하려면 동맹국인 미국의 대북정책에 동참하든가 아니면 독자적으로 강력한 국방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독자적으로 북핵 위협을 억제할만한 힘이 없다. 한국이 구상하는 한국형 방위체제는 그 위력도 미지수이고 이러한 방위체제를 완성하려면 현재 GNP의 2.5% 미만인 국방비를 2배 이상으로 증가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택해야 할 선택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동참하여 한국에 유리한 소프트랜딩을 이끌어 내고 전쟁으로 하드랜딩이 불가피할 때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위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환골 탈태적인 안보의식 개조가 이러한 힘의 논리에 따라 이루어지기 바란다.

<정계훈 / 국제경영전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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