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자금 꺼내 자녀 빚 갚아주기 '최악' 선택

2017-08-23 (수)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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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로부터 재정 지키기

자녀들을 키우는데 만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성인 자녀들까지 책임지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자녀들의 결혼비용, 주택 구입 다운페이먼트, 심지어는 장성한 자녀들의 용돈까지 준다. 하지만 유의해야 한다. 은퇴 후 재정적 안정을 위협할 수 있고 자녀들에게 나쁜 지출 습관을 키워줄 수 있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부모들의 은퇴 자금 지키기 전략을 소개했다.

요즘 대도시 주택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주택을 구입할 때 젊은이들은 모아둔 돈만으로는 충분한 다운페이먼트를 조달하기 어렵다. 대학 학비도 상승세를 이어가는데다가 학자금 부채들 역시 젊은이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인 재정 플래너 트래비스 솔링저는 “현재 많은 젊은 사람들의 목을 조르는 요인들”이라면서 “이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에 빠지는 것이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돈이 많다면 부모들의 도움만큼 자녀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걱정 없이 자녀들을 도와 줄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을 가진 부모가 얼마나 될까. 결국 부모들은 자녀들을 돕겠다며 자신의 재정적 미래를 스스로 위험 속에 밀어 넣으려 할지도 모른다.

▲은퇴에는 장학금이 없다

우리 자녀들은 대학을 다니면서 장학금을 받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런 장학금이 없다.

많은 재정 플래너들을 이런 점을 상기시켜 준다. 은퇴를 대비해 충분한 자금을 모아 두지 못한 부모들은 별다른 옵션을 찾을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녀들이 대학 다닐 때처럼 하늘에서 장학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새나 팅검 재정 전략 플래너는 “이런 부모들은 언제가 성인 자녀들의 지하실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 하는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런 은퇴 재정 고갈 현상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더욱 악화 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노인 간호관련 저서를 낸 제니퍼 프치패트릭은 “양로병원과 노인수용시설 사용료가 어떤 지역에서는 10만 달러를 넘는다”면서 성인 자녀들이 이런 비용을 감당하게 되면 미래 자신들의 은퇴를 대비한 저축은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것이고 이로인해 자녀들은 부모의 길을 답습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젯이 중요하다

자녀들은 대학 학비부터 결혼비용 또는 기타 여러 가지 재정 문제로 부모들의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자녀들에게 내밀기 전에 부모 자신들의 재정 상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투자회사 VFG의 티파니 웰카 부사장은 “많은 부모들이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고 무작정 자녀들이 요구하는 대로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공인 재정 플래너 솔링저는 부모들이 저지르는 실수중 하나가 자녀들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은퇴 저축을 잠시 미뤄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퇴 저축에는 항상 유지해야하는 기본선이라는 것이 있다”면서 은퇴 저축을 중단하거나 줄이게 되면 이를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기가 쉽지 많은 않다고 설명했다.

▲도와줄 의무 없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행복한 삶을 원한다. 자녀들이 어리고 또 스스로 방어하고 세상을 개척해 나갈 힘이 없다면 당연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성인 자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부모가 성인 자녀들의 재정까지 책임질 의무는 없다. 자녀들의 행복은 스스로의 몫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원하는 일을 하지 않더라고 성인 자녀들에게 뭔가를 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프랭클린 웰스 매니지먼트사에서 재정 고문 니콜라스 휴즈는 “나 자신 부모로서 내 아들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고 또 실제 세상에 나와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의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것도 자녀들이 어렸을 때의 말이다.

팅검 재정 플래너는 자녀들에게 무한정 도움만 주는 것은 나쁜 버릇만 키워주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부모가 계속 자녀들이 재정적 뒷바라지를 한다면 성인 자녀들은 지출 습관을 고치려하지 않을 것이고 버젯 개념도 없어지며 재정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동시에 저축한다

자신들의 은퇴를 위해서 저축도하고 대학 교육을 위해 저축도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휴즈 고문은 로스 IRA를 권했다. 로스 IRA는 세후 수입으로 적립하기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벌금이나 세금 없이 찾아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은퇴 저축 플랜이다.

은퇴를 위해 저축을 하면서 투자 수익을 불려 나갈 수 있지만 동시에 대학이나 기타 비상시 기금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세전 수입으로 적립해 찾아 쓸 때 세금을 내야 하는 전통 IRA 역시 대학 학비로 사용하면 59.5세 이전에 찾아 써도 벌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대학 재정 보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IRA는 50세 미만의 경우 연 5,500달러까지만 적립할 수 있다. 세전 수입에서 적립하는 대학 학비 저축 플랜 529의 적립 한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자녀들이 많은 가정에서는 충분한 학비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로스 IRA는 일정 수입 이하의 소득자만 적립할 수 있도록 수입 한계를 두고 있어 누구나 이용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좋은 전략은 아니다. 은퇴 대비 저축금을 꺼내 자녀들의 학비에 보태주는 것은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마지막을 사용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미래 재정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녀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라고 결론 내렸다. johnkim@koreatimes.com

은퇴자금 꺼내 자녀 빚 갚아주기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집으로 돌아와 사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자칫 부모들의 은퇴 대비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AP]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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