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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 대출 ‘페이스’ 관리 시급

2017-07-0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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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모르고 서명한 홈오너들 피해 많아

건물 에너지 효율개선 프로그램 ‘페이스’(PACE: Property Assessed Clean Energy)의 부실 운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초 월스트릿 저널(WSJ)의 취재에서 서브프라임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묻지마식 대출’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페이스 프로그램이 여전히 피해자를 낳고 있다고 최근 LA 타임스가 다시 보도했다.

■ 50년 살아 온 압류 위기

90의 나이를 바라보는 오시 힐 할머니는 70년대초 LA 지역에 장만한 주택에서 50년간 한결같이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반평생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집이 얼마 전 악몽으로 돌변해 버렸다. 정부 보조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었던 페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올해 86세인 할머니는 산뜻한 분위기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침실 2개짜리 집을 리모델링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연금에 생활비를 의존하는 형편이다 보니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


그러던 차에 딸 캐시나 에드워즈가 아이디어를 떠 올렸다. ‘저소득, 낮은 크레딧도 OK. 정부 프로그램으로 도와드리니 전화 주세요’란 라디오 광고가 생각난 것이다. 지역 건축업자가 낸 주택 리모델링 광고였는데 정부 ‘프로그램’이란 말에 업체측과 만나 곧장 프로그램에 서명했다. 에드워즈에 따르면 업체 담당자는 정부 프로그램이란 말만 강조하며 대출을 어떤 방식으로 상환해야 하고 연체시 집을 압류 당할 수도 있다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프로그램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약 5만달러에 달하는 대출 서류에 서명한 할머니는 지난해 5,500달러에 달하는 재산세 평가 고지서를 받았다.

리모델링 비용은 대출 형태로 제공되지만 페이먼트는 재산세 형태로 납부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업체측의 설명이 부족했던 것이다. 연간 약 1만1,600달러에 불과한 사회보장연금이 소득의 전부인 할머니는 갑자기 오른 재산세를 납부할 방법이 없어 정든 집이 압류될 상황에 처했다.

LA타임스(LAT)의 보도에 따르면 할머니의 사례처럼 프로그램 부실 운영에 따른 피해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계약서 서명이 태블릿 PC와 같은 기기를 통해 이뤄지는데 피해자 대부분은 기기 사용이 미숙한 노인들 또는 영어 사용이 미숙한 소수계라고 LA 타임스가 보도했다.

■ 상환 능력 검증 없이 ‘묻지마식’ 대출

페이스 프로그램에 의한 피해 사례는 주로 부실한 운영 방식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페이스 대출 기관들이 민간 건축 업체에 영업을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영업에 나서고 일부는 프로그램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오해를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페이스 프로그램 피해자에 의한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소송에 따르면 업체들은 불필요한 리모델링 항목을 권유해 비용을 부풀리거나 대출 금액, 대출 상환 방식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업체들은 또 무차별적인 광고 전화나 주택 방문을 통해 영업을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주택 소유주에게는 태블릿 PC 등을 통해 즉석에서 대출을 승인해주는 등 ‘신속한 처리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측 변호인들은 “페이스 프로그램을 영업하는 업체들이 주택 소유주의 상환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채 대출 계약서 서명을 종용해 피해가 늘고 있다”며 “서브프라임 사태 때처럼 연체가 늘고 차압이 증가할 수 있다”고 LAT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취지는 좋지만 부실 운영이 문제

페이스 프로그래은 약 10년전 북가주 버클리 지역에서 처음 소개됐다. ‘클린 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목적으로 한 사업체가 시정부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친환경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싶어하는 저소득층 또는 신용 불량 주택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후 2008년 당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특별 대출법으로 제정된 페이스 프로그램은 정부 보증 형태로 민간 대출 업체, 민간 건축 업체와 손잡고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페이스는 각 지역별 정부 기관이 대출 기관과 협력해 발급하는 대출 프로그램이다. 발급된 대출액은 각 정부 기관이 재산세 형태로 징수한 뒤 대출 기관에 대출액을 대신 상환하는 대신 대출 기관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지급 받는 형식이다.

페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올초 현재 약 34억달러의 대출액이 지급됐고 내년까지 발급액이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융자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가 현재 미국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융자 상품 중 하나일정도 발급액이 늘고 있지만 피해 사례도 적지 않아 관리 감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대출 규모는 해마다 급증

현재 페이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3대 대출 기관은 ‘리노베이트 아메리카’(Renovate America), ‘리뉴 파이낸셜’(Renew Financial), ‘이그렌 에너지 펀드’(Ygrene Energy Fund) 등이다. 이중 리노베이트 아메리카와 리뉴 파이낸셜은 지난 2011년 남가주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정부 기관 WRCOG과 손잡고 페이스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페이스 발급액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높은 관심 때문이다. 과거 ‘모지기담보부증권’(MBS)처럼 페이스를 통해 발급된 대출 역시 채권화 돼 뮤추얼 펀드, 보험 회사 등 대형 기관 투자가들에게 매각되고 있다. 페이스 대출 채권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과 신용도가 높다는 장점 때문에 기관 투자가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가주를 비롯, 플로리다, 미주리 중에서 주거용 주택을 대상으로 페이스 프로그램이 공식

운영 중이다. 기타 19개주에서도 페이스 프로그램을 승인했지만 아직 정식으로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 상업용 건물을 대상으로 한 페이스 프로그램은 이미 여러 주에서 시행중이나 발급액이 주거용 건물만큼 높지 않다.

■ 최근에서야 관리감독에 나서

3대 페이스 대출 기관은 피해 사례와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자 최근 소비자 보호 방침을 세우고 운영 중이다. 기관들은 대출을 최종 승인하기 전에 주택 소유주가 대출 내용과 조건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지 확인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 중 리노베이트의 경우 늦어도 내년 1월부터 기존 절차와 달리 주택 소유주의 소득을 확인한 뒤 대출을 승인할 계획이며 하청 건축 업체 평가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가주건축면허국’(the California Contractors State License Board)도 현재 소비자들에 의해 피해 사례가 접수된 약 50여건의 페이스 관련 사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국에 접수된 피해 신고 사례는 주로 페이스 프로그램을 통한 태양광 패널 설치와 관련된 사례들로 피해자들은 노인들과 영어 사용 미숙자가 대부분이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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