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미, 정서적 신뢰구축이 중요

2017-06-22 (목) 송대성/전 세종연구소장·한미안보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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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진보정권이 집권하면서 우려되는 사항 중 하나는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다. 개인 혹은 국가 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진리는 정서적으로 신뢰가 두터우면 결속이 강화되고 정서적으로 불신이 증대되면 그 관계는 악화하거나 파탄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 달이 넘어서면서 한미 양국은 외교적인 수사들로 ‘한미 관계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 양국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에서 정서적 불신이 증대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간에는 다음과 같은 정서적 불신의 요소들이 있다.

우선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미국의 트럼프 정부 간에는 태생적 유전자(DNA) 차원에서 갈등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친북·친중·자주성 정서를 가진 진보정권이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반북·반중·동맹 중시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이런 태생적 유전자들의 상이함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비근한 일례로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동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독자적으로 대북정보와 대북정책을 다루는 제도적 보완을 했다. 미국은 지난날 소위 한국의 좌파정부와 대북정보 공유를 한 것에 대한 심한 불신의 경험을 회상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ICBM 포함)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정서적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미국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최대의 재앙적 요소라고 인식하면서 그것이 실제적 재앙이 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는 신앙적 신념을 갖고 있다.

미국은 이 재앙적 요소의 사전 제거를 위해 대화부터 군사작전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미 합동훈련 이후 미국은 3개의 항공모함을 한반도 주변에 상주시키고 있다. 그뿐 아니라 5월4일 미국 하원은 ‘북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제3국 업체들에 대해 미국 관련 사업 금지 및 은행거래 차단’ 등을 포함한 초강력 대북제재안인 ‘북한제재현대화법’을 419대1로 통과시키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강박 행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서와 달리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허용’ ‘민간 차원의 대북접촉 승인’ ‘6·15 남북 공동행사 실시’ 등의 엇박자적 대북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고 있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가 ‘환경평가’니 혹은 ‘국내적인 절차 문제’니 하고 새로운 이슈들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새 지도자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사드)에 정지 버튼을 눌렀다. 이번 결정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잠재적 갈등을 보여준다(워싱턴포스트)’ ‘한국이 사드 배치를 원하지 않으면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워싱턴 이그재미너 인터뷰)’ 등 트럼프 행정부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서적 불신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의 정서적 갈등 증대→사드 배치 철회→주한미군 철수→미일 연합군 북한 폭격→한반도 전쟁’이라는 워싱턴 정가에서 떠도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역사다. 우리 정부는 우선 한미 양국의 정서적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 총력 경주를 하면서 진정한 한미 결속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생존 확보를 위해 전력투구해야만 한다. 보수·진보 혹은 친미·반미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생존 문제다.

<송대성/전 세종연구소장·한미안보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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