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에세이에 두는 비중이 다르지만 명문 대학일수록 그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프린스턴 대학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기뻐하고 있다.[AP]
올 가을 12학년 진학을 앞둔 고교생들은 여름방학 기간에 본격적으로 대입에세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대학마다 에세이에 두는 비중이 다르지만 명문 대학일수록 그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2017~2018학년도 공통지원서(Common Application)의 에세이 주제가 기존 5개에서 7개로 늘어난다. 기존 주제 중 3개의 내용이 다소 바뀌고 새 주제 2개가 추가된다. 입학경쟁이 치열한 대학일수록 지원자들의 학업성적과 시험점수가 우수해 에세이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에세이를 쓸 때 수험생들이 쉽게 실수하는 것들과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 가장 적합한 토픽을 선택한다
공통지원서 에세이를 쓰든, 대학이 요구하는 추가 에세이를 쓰든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토픽을 골라 글을 쓰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은 여러 토픽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글을 쓸 수 있다. 여기서 급하게 토픽을 정해 글을 쓰려는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토픽을 정하기 전에 그동안 했던 다양한 경험들과 성취한 것들, 나를 묘사하는 여러 형용사들, 나의 성장배경에서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정리해 본다.
그런 다음 에세이 토픽들을 천천히 읽어보고 어느 토픽이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표출하는데 도움을 줄지 생각해 본다. 만약 같은 대학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2개 이상의 에세이를 작성해야 된다면 성격이 다른 토픽들을 선택해야 자신의 보다 넓은 세계를 드러내 보일 수 있다.
■ 입학원서와 중복되는 내용은 피한다
대학에서 에세이를 요구하는 이유는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를 여러 각도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에세이는 대입원서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교사나 카운슬러에게서 받는 추천서와 마찬가지로 에세이는 스펙이 엇비슷한 지원자중 돋보이는 학생을 골라낸다.
따라서 학생이 자신이 다른 학생들과 어떻게 다른지 입학사정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또한 에세이는 학생이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에세이를 쓸 때 입학원서 내용과 중복되는 사실들을 늘어놓는 실수를 저지른다. 원서에 나와 있는 학업 및 과외활동 경력을 나열하는 식으로 에세이를 작성한다면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다.
이미 지원서에서는 자신의 경력이나 과외활동을 기록하는 공간이 따로 있는데 에세이를 통해 이런 내용들을 그대로 옮긴다면 결국 한 얘기를 또 다시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서에 과외활동 리스트를 작성했다면 에세이에서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활동의 배경이나 동기, 그리고 성과 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세이가 승부처라는 심정으로 사활을 걸어야한다.
■ 정해진 분량을 지킨다
대부분의 사립대들이 채택하는 공통지원서 최고 분량은 650단어이다. 650단어는 상한선일 뿐이지 꼭 그 분량을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에세이를 작성할 땐 불필요한 디테일이나 상투적인 표현은 피하도록 신경쓴다.
■ 자원봉사 활동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선택한다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자원봉사 활동을 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한다. 남을 돕는 보람된 일인 만큼 의미도 있고, 자신의 삶에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자원봉사 활동이 에세이 주제로 많이 선택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어떤 특별함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세계와 소중한 경험, 그리고 교훈이나 성과라는 일관된 공식에 얽매이면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봉사활동 경험을 글로 쓴다면 대학 입학사정관을 크게 감동시키지 못 할 것이다. 이런 내용의 에세이는 너무 흔하기 때문에 자신을 다른 학생들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봉사활동 과정에서 정말 영원히 기억될 순간과 과정, 결말이 있었다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 사리를 도모한다는 인상을 주지 마라
이타적인 마음을 가진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대학이 학생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에세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반면에 학생이 어떻게 캠퍼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그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부터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쓴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대학의 비즈니스 프로그램에 지원한다면 에세이를 통해 그 전공분야 졸업생들이 높은 연봉을 받고 취직하는 것이 프로그램 지원 동기라고 밝히면 곤란하다.
■ 고급 단어에 집착하지 마라
많은 학생들이 에세이를 쓸 때 사전을 계속 뒤적거린다. 모든 문장에 고급단어 한 개는 들어가야 그럴 듯해 보이는 글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어 선택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어휘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면 자신이 없어 보이고 입학사정관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감점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입학사정관들이 사전을 일일이 뒤져가며 에세이에 등장하는 단어 뜻을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에세이에 등장하는 단어 수준이 학생의 영어과목 성적, SAT 또는 ACT 점수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되면 그 에세이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 자기 자랑은 금물
에세이를 작성할 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라는 조언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에세이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부각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 자기 자랑에 치우치다 보면 어느 새 글은 ‘나는 정말 잘난 사람이다’ 분위기로 흐르기 쉽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심하다고 느낄 정도의 자기 자랑에 빠져 있는 에세이를 본다면 오히려 부담스럽고 거부감마저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자신이 작성한 에세이를 고등학교 교사, 가족,친지, 선배 등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 의견을 들어보라는 이유 중에는 이런 점들을 찾아내기 위한 의미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대학의 장점을 늘어놓는 것은 피하라
명문 사립대들의 추가 에세이 토픽 중에 꼭 들어가 있는 것이 “왜 우리 대학에 진학하고 싶으냐?”는 것이다. 아마 상당수 지원자들의 머릿속에는 “그 대학이 좋아서”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 질문에 답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잘못된 시작은 에세이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 쉽다. 즉 질문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나머지 그 대학의 장점만 열심히 늘어놓다가 에세이를 끝내는 것이다.
지원한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는 입학사정관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를 거듭 강조할필요가 있을까. 정답은 간단하다. 자신과 대학의 장점을 서로 맞춰보는 것이다.
자신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것, 자신이 대학에 기여할 수 있는 것, 졸업 후 목표 등과 관련해 대학과 무엇이 잘 연결되는지 따져보고 에세이를 작성하면 된다.
■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지 말라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에세이 시작을 차일피일 미루다 12학년 가을학기가 되어서야 입학원서를 들여다보고 에세이 토픽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는데 대입 에세이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에세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과정,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 완성된 초안을 제3자가 읽어보고 필요하면 교정을 거치는 과정 등 각 단계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 이런 것 주의하라
1.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건드리지 않는다
학생의 에세이를 읽어보는 대학 입학사정관이 서로 당적이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동성연애, 헬스케어, 이민, 부자증세 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기 쉬운 민감한 이슈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17~18세의 청소년이 이런 정치적 이슈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안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2. 부정적인 상황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긴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시절을 경험한다. 청소년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부모의 이혼, 뜻하지 않은 대형사고, 가난에 찌든 생활 등 어려운 상황이 좋은 에세이 토픽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이 인간적으로 성장했다는 내용의 글을 설득력 있게 쓸 자신이 없다면 아예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다.
3. 단락을 나누고 속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에세이를 쓸 때 문법과 철자가 엉망이거나 지원 대학 이름을 틀리게 쓰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단락을 잘 나눠 글을 쓰는 것이 단락 나눔없이 문장을 계속 이어 쓰는 것보다 읽기도 편하고 전체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할 속어나 은어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4. 지나치게 창조적일 필요는 없다
에세이 안에 시를 쓰는 것은 피하는 것이좋다. 잘 짜여진 6단락 산문체의 글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에 훨씬 좋다.
어느 정도 창의성을 드러내고 싶다면 글속에 재미있는 일화 또는 대화를 집어넣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에세이의 목적은 읽는 사람이 친밀감을 느끼고 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통지원서 에세이를 쓰든, 대학이 요구하는 추가 에세이를 쓰든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토픽을 골라 글을 쓰는 것이다.
■ 2017~2018학년도 공통지원서 에세이 주제들.
6번과 7번은 새롭게 추가된 주제들이다. 에세이 작성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공통지원서 웹사이트(commonapp.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신분이나 배경, 관심사, 재능들을 대입 지원서에 꼭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생각을 서술하라.
(Some students have a background, identity, interest, or talent that is so meaningful they believe their application would be incomplete without it. If this sounds like you, then please share your story)
2. 난관을 경험하면서 얻은 교훈은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이 당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가?
(The lessons we take from obstacles we encounter can be fundamental to later success. Recount a time when you faced a challenge, setback, or failure. How did it affect you, and what did you learn from the experience?)
3. 어떠한 신념이나 견해에 도전한 적이 있다면 무엇이 당신의 생각에 영향을 줬는가. 또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Reflect on a time when you questioned or challenged a belief or idea. What prompted your thinking? What was the outcome?)
4. 자신이 해결했던 문제 또는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대해 서술하라. 지적 탐구, 연구 주제, 윤리적 문제 등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당신이 해결하길 원하는 문제와 그 해결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Describe a problem you‘ve solved or a problem you’d like to solve. It can be an intellectual challenge, a research query, an ethical dilemma - anything that is of personal importance, no matter the scale. Explain its significance to you and what steps you took or could be taken to identify a solution.)
5. 개인적 성장을 가져다 준 깨달음이나 사건, 성취 등에 대해 논하시오.
(Discuss an accomplishment, event, or realization that sparked a period of personal growth and a new understanding of yourself or others.)
6.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푹 빠지게 하는 주제나 생각, 개념들을 서술하시오. 해당 주제에 왜 관심이 가며 더 배우고 싶을 때는 무엇을 하는가?
(Describe a topic, idea, or concept you find so engaging that it makes you lose all track of time. Why does it captivate you? What or who do you turn to when you want to learn more?)
7.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골라 자유롭게 서술하시오.
(Share an essay on any topic of your choice. It can be one you‘ve already written, one that responds to a different prompt, or one of your own design.)
■전문가 조언
지나 김 대표
어드미션 매스터즈
(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안다”는 의미로 대입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좋은 에세이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어떤 성격을 가졌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장점과 단점은 어떤지, 지난 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어려웠던 순간들, 장래 희망,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 등 다각적인 면들을 곰곰히 생각해봐야 가능하다.
이것들이 정리됐을 때 주어진 주제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작성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곧 시간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둬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서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너무 거창한 내용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고등학생 수준의 글을 넘어서려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진솔한 자기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저마다 다른 내용 같지만 결국 학생 자신을 투영하는 것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고와 신념, 자신감을 통해 ‘변화’와 ‘결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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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