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시도 도밍고 지휘로 마타 도밍고 화려한 무대
LA오페라‘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소프라노 박소영씨가 연기한 올림피아가 하프 연주에 맞춰 ‘인형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인 소프라노 박소영씨는 이번 시즌 LA오페라의 보석 같은 존재다.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의 음악 하이라이트인 올림피아의 인형의 노래를 그 누구보다 멋지게 소화해내며 2년 전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으로 주목을 받은 그 목소리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장장 3시간35분의 공연이다. LA오페라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지휘로 오는 15일까지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 무대에 올리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판타지크 ‘호프만의 이야기’(The Tales of Hoffmann)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3막으로 된 전막 공연을 볼 기회가 드물다. 시인 호프만이 사랑했던 세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옴니버스 형식이기에 원작을 살짝 줄여 공연되어 왔지만 LA오페라는 원작 재현을 선택했다.
지난달 30일 굳게 마음 먹고 ‘호프만의 이야기’ 공연장에 앉았다. 오후 7시30분 공연이니 일찍 끝나도 11시10분이었다. 인터미션 2번을 위안으로 삼았는데 결국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야말로 ‘판타스틱 오페라 공연’이다.
모차르트를 오마주(경의)한 오펜바흐의 아리아들은 제작 컨셉과 감독을 담당한 플라시도 도밍고의 아내 마타 도밍고의 화려하고 스케일 큰 무대와 어우러져 눈과 귀를 현혹시킨다.
주인공 호프만을 맡아 3시35분을 혼자 끌고 간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의 풍부한 성량과 감정표현은 후반부로 갈수록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전달되고 태엽인형 올림피아로 등장한 소프라노 박소영씨의 관객들을 반하게 만든 노래와 연기, 고급창녀 줄리에타로 분한 메조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의 악마의 속삭임과 관능적 매력 발산은 박수갈채를 보내게 했다.
무엇보다도 LA오페라 팬들을 잔뜩 기대하게 만든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디아노 담라우가 노래한 안토니아의 가슴절절한 아리아는 목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언급에도 역시 수퍼스타급 성악가의 무대를 보여준다.
디아노 담라우가 에필로그에서 스텔라로 다시 등장한 탓인지 2막과 3막의 순서가 바뀌어 이야기 흐름이 매끄럽지 않지만, 호프만의 친구 니클라우스(케이트 린제이)와의 듀엣 무대는 호프만의 지나간 사랑들보다 언제나 함께 한 우정이 더욱 소중해보일 만큼 환상의 호흡을 보인다.
LA오페라의 ‘호프만의 이야기’는 오는 9일 오후 2시, 6일과 15일 오후 7시30분 공연한다. 한인 소프라노 박소영씨가 올림피아로 등장하는 공연은 15일 하루가 남아있다. 티켓 24~259달러.
문의 (213)972-8001 LAOpe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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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