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와이주, 반 이민수정 행정명령 소송

2017-03-23 (목) 01: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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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 판사 및 법무장관에 대한 관심 높아

하와이 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수정 행정명령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15일 임시 가처분 신청, 즉 TRO 판결을 이끌어내자 해당 판사 및 소송을 제기한 주 법무장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심리를 맡았던 데릭 카할라 왓슨 판사는 연방법원 시스템 내에 유일한 하와이 원주민계 판사로 지난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연방판사로 임명되었다. 미국 역사상 하와이 원주민계 출신으로는 4번째 연방판사이기도 한 그는 원주민계 학생들만이 입학하는 하와이 사립명문 카메하메하 스쿨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해 호놀룰루 법조계에서는 ‘더블 하버드’로 불리고 있다. 연방검찰 출신이기도 한 그는 공정하고 명석하며 대담한 성정의 소유자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수정 행정명령을 발표하자마자 미국에서는 최초로 소송을 제기했던 덕 친 하와이주 법무장관은 시애틀에서 성장한 전형적인 중국계 수재로 스텐포드 대학교에서 법조인으로 교육을 받았다.

주 법무장관 임명 전에는 호놀룰루 시 부시장으로 근무했었다. 그를 알고 있는 동료들은 업무 처리가 신속하고 스마트하고 인간성 또한 그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친 장관은 이번 명령이 원안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하와이의 특성상 명령이 발효되면 관광산업과 교육부문 특히 유학생 등에 불이익이 발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하와이 무슬림 협회는 현재 이란에서만 하와이 주립대 대학원 진학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십여명에 이른다며 알려지지 않은 경우를 고려하면 그 숫자는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하와이에는 40여개국에서 온 5,000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와이키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모스크를 짓고, 해변에서 라마단(금식기간)이 끝나는 것을 축하한다. 하와이 4개 주요 섬마다 모스크가 있고, 호놀룰루에서 매주 금요일 열리는 예배에는 400명 정도가 참석한다. 일자리와 온화한 날씨, 섬 특유의 삶의 방식 등을 찾아 이주해온 하와이의 무슬림 공동체는 조용히 성장해왔다. 하와이에 매년 정착하는 난민은 6명 정도로 미국 전체 난민 숫자와 비교하면 미미하다.

그런데도 하와이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맞서 앞장 선 배경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어느 한 민족이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 다문화 지역이라는 점과 역사적 경험, 독특한 인구구성 등을 꼽았다. 관용과 이해를 기반으로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표하고 배려하는 하와이 특유의 ‘알로하 정신’이 이민자나 난민의 문화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하와이 주민 143만명 중 백인은 26%에 불과하며 원주민과 아시아계가 57%를 차지한다. 아시아계의 주축인 일본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과 내통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억류됐던 경험이 있다. 하와이 주민들은 이런 역사적 경험을 지금의 반무슬림 흐름과 연관 짓는다. 이와 관련 친 주 법무장관은 “하와이는 수십년간 일본인 억류와 중국인 배제 법안의 기억을 역사에 전하려 노력해왔다”면서 “그것은 우리가 피해야 할 역사의 어두운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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