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묻지마 망치 공격’

2017-03-16 (목) 12:00:00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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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 온 20대, 타운서 엽기적 범행
한인여성 내리쳐 중상 경찰 정신감정 의뢰

▶ “망치 휘두르는데도 주변 사람들 수수방관”

‘묻지마 망치 공격’

LA 한인타운 올림픽과 버몬트 교차로의 샤핑몰 감시카메라에 가해 남성 양모씨가 바닥에 쓰러진 한인 여성을 망치로 내려치는 장면이 생생하게 잡혔다. <독자 제공>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LA 한인타운 샤핑몰에서 20대 한인 남성이 다른 한인 여성을 망치로 무차별 폭행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LA 경찰국(LAPD)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6시께 한인타운 한복판 올림픽 블러버드와 버몬트 애비뉴 남서쪽 코너의 샤핑몰 2층 복도에서 한국 국적의 남성 양모(22)씨가 24세의 한인 여성의 머리 등을 망치로 20여 차례 이상 내려쳐 체포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가해자 양씨는 이 여성에게 다가가 “한국인이냐”고 물었고 여성이 “한국인이 맞다”고 대답하자 잠시 다른 곳으로 갔다가 다시 이 여성에게 돌아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휘둘러 여성의 머리와 손, 팔 등을 마구 때렸다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샤핑몰의 한인 업소 감시카메라(CCTV)에 찍힌 동영상에는 사건 당시 끔찍한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이에 따르면 피해 여성이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중 갑자기 가해자 양씨가 망치를 들고 나타나 여성의 머리를 가격했고, 이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양씨가 약 30초 동안 피해 여성을 20차례 이상 내리쳤다.

사건이 발생하자 1층 주차장에 있던 한인 목격자 알렉스 이씨(53)와 샤핑몰 경비원 박모씨가 2층으로 뛰어올라갔고 용의자는 이들을 보고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고 두 팔을 위로 올렸다. 이씨는 양씨의 무릎을 꿇리고 제압한 뒤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전했다.
‘묻지마 망치 공격’

가해자가 한인 여성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망치를 휘두르는 동안 일부 목격자들이 멀리 서서 지켜만 보고 있다.


피해 여성은 출동한 구급차량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양씨는 경찰에 체포돼 107만5,000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된 채 LA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뉴스타부동산 에이전트인 알렉스 이씨는 “식사를 하려고 1층에 주차를 하던 중 비명소리를 들었고 차 시동을 켜둔 상태로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피해 여성은 피범벅이 된 상태였고 눈물을 흘리며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경비원과 내가 조금만 늦게 도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가해자 양씨를 면담한 LA 총영사관 김보준 경찰영사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가해자 양씨는 최근 무비자로 미국에 왔으며, 피해 여성은 J-1 비자로 연수를 하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김 영사에 따르면 양씨는 면담 과정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앞뒤가 안 맞는 말로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LAPD는 양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정신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건 당시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알렉스 이씨와 경비원이 가해자를 저지할 때까지 30초가량 범행이 이어지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가해자를 말리지 않고 수수방관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한인은 “당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여성이 망치로 맞고 있어도 한참동안 아무도 달려가서 말리지 않더라”며 “조금만 늦었더라면 피해 여성이 사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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