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한인 바이얼리니스트 김민진(사진)이 자신의 삶과 바이얼린에 대한 기억을 담은 책 ‘사라짐: 소녀, 바이얼린, 현이 없는 삶’(Gone:A Girl, a Violin, a Life Unstrung)을 출간한다.


런던에 살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 2010년 맨체스터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런던 유스턴 역으로 가던 중 들른 샌드위치 가게에서 바이얼린을 도둑맞았다.

김씨의 바이얼린은 1696년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450개가 남아 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희귀본으로 장기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약 2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이 바이얼린을 잃어버린 후 그의 연주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오는 4월 크라운 출판사가 펴내는 이 책에서 김씨는 자신의 영혼과도 같던 바이얼린을 잃고 난 후, 그 경험이 계기가 돼 자신의 삶과 연주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경험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새로운 눈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회복해 가는 과정을 들려준다.

스물 한살에 운명처럼 만난 바이얼린으로 소니사와 브람스의 콘체르토 녹음을 이 바이얼린으로 마쳤고, 월드 투어가 예정돼 있었지만, 바이얼린을 잃은 후 연주는 취소됐다. 상실감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듯한 고통 끝에 경찰의 도움으로 3년만에 바이얼린을 되찾게 된다. 이후 이 바이얼린은 온라인 경매에 붙여져 138만5,000파운드에 낙찰, 판매됐다.

김씨는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3세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6세에 바이얼린을 시작, 이듬해 퍼셀 음악학교에 역대 최연소 기록으로 입학을 했다. 14세에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의 초청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가졌으며 17세에 영국 왕립 음악원에 최연소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2008년 한국 바이얼리니스트로는 최초로 자신의 이름으로 소니 클래시컬에서 독집 음반을 내는 등 런던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