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 DC 인턴십을 마치면서

2017-02-28 (화) 08:45:09 김민석 제주대 에너지공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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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에세이

영어권 국가에 가서 생활하면서 일해보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 외국어인 영어를 현지에 가서 활용하면서 나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할 숙제만 같았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8주 동안의 워싱턴 DC 인턴십 경험은 잊을 수 없는 많은 것을 나에게 주었다.

환경 운동을 하는 단체인 그린아메리카(Green America)에서 나는 근무 부서의 책임자를 도와 간단한 문서작업과 미국내 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인포그래픽을 만들었다. 인포그래픽을 만들기 위해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전력의 70% 가량을 화석연료로부터 생산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Co2 방출량이 미국을 제외한 OECD 국가의 총 Co2 방출량과 맞먹을 정도이다. 막대한 양의 Co2 방출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한번은 화석연료를 통한 전력생산의 대안으로 친환경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제시한 적이 있다. 내 전공이 원자력공학이기 때문이다. 원전제로를 주장하는 그린아메리카에서 반동분자가 된 것 마냥 원자력의 긍정적인 효과를 어필해보자! 내가 한번 그린아메리카의 생각을 바꿔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그녀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Min Seok, where does Green America currently suggest Nuclear?’
여느 환경단체와 다르지 않게 원자력이나 핵이라는 단어 자체에 갖는 반감이 상당한 것 같았다.

애써 만든 인포그래픽은 그녀의 답장 한 줄로 참담한 결과를 맞이했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며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귀중한 경험이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늘 해오던 것들의 편안함에 취해가는 일 같다.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기보단 경험에 의존하여 가장 괜찮았던 것만 고집하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새로운 시도라는 것은 늘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인데, 경험이란 것이 축적되며 리스크를 마치 다가올 결과로 여기는 듯도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모든 경험은 낯설며 새로웠다. 끼니를 때우는 일부터 교통카드를 만들고 충전하는 일, 심지어 눈에 보이는 모든 일상의 풍경까지도 낯설며 새로웠다. 이러한 낯설며 새로운 것들은 내게 강렬한 자극으로 다가와 나의 사고를 바꾸었다. 늘 해오던 것들의 안락함에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도전적인 사고를 갖게 된 것이다.

나는 여러 흔적들의 집합이다. 그 흔적들 중에는 나를 만났던 사람들도, 내가 자라온 제주도도 있다. 이제 이러한 흔적들 사이에 워싱턴이 새로 추가 되었다. 이 흔적을 오래 기억하며 잊지 않을 것이다. 좋은 기회를 주신 학교와 그 동안 우리 학생들의 인턴십 근무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김민석 제주대 에너지공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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