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펜스(Fences)

2017-01-10 (화) 12:00:00 연주영/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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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라는 말은 그리 아름답게 들리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펜스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현대 대표적인 흑인 작가 어거스트 윌슨(August Wilson, 1945-2005)은 세계 2차 대전이후 변화하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자신의 작품 “펜스스”(Fences)를 통하여 다루어 소수 민족들과 함께 큰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1950년에 미국의 흑인 가정을 배경으로 한 “펜스스”의 주인공인 53살의 트로이(Troy)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이다. 그는 프로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피부색깔로 인하여 자신의 꿈이 좌절되었다고 비관하며 평생을 살아간다. 그의 장기는 펜스를 훌쩍 넘기는 홈런이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은 사회의 작은 펜스 안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그의 아들 코리(Cory)가 대학에서 풋볼 장학금의 기회를 준다고 할 때에도 트로이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실패를 경험하지 못하게 하려고 심한 반대를 하다가 코리는 일생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버지와 아들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펜스가 생기며 갈등하게 된다.

트로이의 아내인 로즈(Rose)는 트로이에게 마당 앞에 펜스를 세우자고 한다. 펜스는 외부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녀는 모든 가정의 불화를 막으며 스스로가 펜스가 되어 헌신하며 가정을 지킨다.

세월이 흘러 코리가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 아버지가 옳았는지 글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의 방식으로 더 잘 살아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로즈가 이야기 한 것처럼, 트로이의 아버지, 트로이, 그리고 코리까지 3대를 이어 오면서 노예의 후예로,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 그리고, 미국을 지키는 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어거스트 윌슨은 아프리칸-어메리칸(African-American)의 고단했던 삶을 뒤돌아보면서 그 과거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급격히 달라지는 미국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리고 조상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조언을 작품을 통하여 후손들에게 전하고 있다.

나는 새해를 맞아 이 연극을 다시 읽어보면서 올해 나의 마음속의 펜스를 단장하고 있다. 편애와 증오심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은 펜스의 밖에 세워두며, 자존감과 용기 등 긍정적이며 나를 발전시키는 요소들은 펜스 안에서 지키리라 생각한다.

<연주영/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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