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몸은 적당한 강도로 움직이기를 원한다

2016-12-07 (수) 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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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아서 생활 현대인 무엇이 문제인가, 사냥 채집생활 하는 탄자니아 하드자 부족 심혈관계 조사했더니…

▶ 70대 노인도 액티브 활동 훌륭한 심장건강 유지 결론은“자주 움직여라”

우리 몸은 적당한 강도로 움직이기를 원한다

탄자니아의 하드자 부족 은 먹이감을 사냥하고 각 종 과일과 꿀, 열매를 채집 하는 동안 계 속 적당한 강 도로 움직이 는 생활을 하 고 있다. <사진 Br ia n Wood>

현대인은 매일 앉아서 생활한다. 직장인들은 사무실에서 컴퓨터 스크린을 마주하고 앉아 업무를 본다. 자동차를 타면 좌석이나 운전석에 앉는다. 친구를 만나 커피샵이나 식당에 가도 몇 시간이고 앉아서 먹고 마시고 대화를 나눈다. 집에 가도 마찬가지다. 소파에 앉아 릴랙스하면서 TV를 보고 스낵을 먹고 가족과 이야기도 나눈다. 그리고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인류는 진화의 산물이라는데 그럼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은 그에 맞게 신체의 진화가 이루어졌을까?그 질문이 새로운 연구의 핵심 과제였다. 수렵·채집인의 후손인 현대인이 보내는 일상생활과 심혈관 건강의 관계 말이다. 연구 결과는 분명했다.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하는 종족이고,그렇지 않을 때는 건강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간의 몸과 게놈(유전자)은 수만년 전 수렵·채집인이던 시절형성된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 시대의 인간들은 가축을 기르지 않았고 야생동식물의 수렵과 채집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을 유지했으며,이런 사회는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시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더 이상 수렵하고 채집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대부분 사무실에서 스크린 앞에 앉아 책상까지 배달된 음식을 먹으며 일하고 있다. 즉우리의 신체가 적응하도록 만들어진 조건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근본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일치로 인해 빚어지는 건강상의 결과는 익히 알려진 바 있다. 먹을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생활환경은 ‘비만이 발생할 수 있는 세계’라고 많은 학자들이 지적해왔다. 쉽게말해 체중이 쉽게 늘고 그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적인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의 관계를 연구한 리서치는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아도 될만큼 굉장히 많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도대체 얼마만큼의 육체적 활동이 인간에게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화석에 드러난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부정확한 것으로서, 우리의 조상들이 과연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를 정확하게 말해주지는 않는다. 수렵 채집인 시절 인류의생활에 대한 인류학 연구는 관찰적인 것일 뿐이다. 그 말은 곧 이러 이러할 것이라고 학자들이 추측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추측은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달 미국 인간생물학 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는 큰 흥미를 끌고 있다. 예일대학과 애리조나 대학, 그리고 몇 군데 학회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 조사는 하이테크 시대의 인간과 현재 아프리카에서 수렵 채집인의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집단에 대한 비교연구를다룬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학자들은 탄자니아에 살고있는 하드자(Hadza) 부족을 따라다니며 연구해왔다. 하드자 부족은 지금도 사냥과 채집으로 매일의 삶을 연명해가고 있는 부족이다. 동물사냥과 함께 베리와 바오밥 열매, 꿀과 덩이줄기 등을 채집해 먹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미 이 부족의 남자와 여자들의 혈압과 지질, 그리고 심혈관계 건강을 알려주는지표들을 측정해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부족 사람들에게 심장 박동 모니터를 가슴에 차고 다닐 수 있는지 요청했다. 목적은 대다수 현대인들에게 추천되고 있는 운동의 강도와 심박수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건강한 삶을 위해 추천되고 있는 운동량은 일주일에 적당한 강도로 최소 150분 운동하거나 75분 정도 격렬하게 운동하는 것이다.


운동의 강도를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은 심박수를 재는 것이다. 보통 ‘적당한 강도의 운동’이라고 할 때의 심박수는 평소보다 55~69% 올라간 박동수를 말하고, 격렬한 운동이라고 할 때는 심박수가 평소의 70~89% 올라간 상태를 말한다. 사실 이 심박수도 나이에 따라 달리 계산해야할 것이지만.

하드자 부족 중에서 46명이 이 연구에 참여하기로 했다. 나이는 청년부터 70대 노인까지다양했다. 이들은 가슴에 모니터를 차고 연중여러 계절을 거치며 약 2주 동안 일상생활의 리듬을 보여주는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심박수 데이터를 수집한 후 하드자 부족이 얼마나 많은 시간, 그리고 어떤 강도로 움직였는지를 조사했다.

데이터의 연구 결과 이들은 하루 2시간 이상굉장히 활동적으로 움직였다. 남자들은 매일다양한 사냥감을 찾기 위해 빠른 속도로 부지런히 움직였고, 여자들은 과일과 채소를 비롯한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파헤치고,들어올리고, 요리하느라 계속 움직였다.

이들의 활동의 강도는 대부분 ‘적당한’(moderate) 정도였다. 뛰거나 격렬하게 움직이는일은 많지 않았다고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예일대 인류학과 조교수 브라이언 우드는 전했다.

그런데 이 부족은 중년이 훨씬 넘어서도 굉장히 액티브 했다. 70대에 들어선 노인들도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그들보다 더 많이 움직이며 활동하는 생활양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드자 부족 사람들이 굉장히 부러울만큼 훌륭한 심장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의 혈압이 낮고 콜레스테롤 수준은 노인이 될 때까지 평생토록 아주 좋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물론 이들이 일생 동안 건강한 심장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간결한 식생활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드 박사는 하드자 부족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 ‘많이 걷고, 들고, 서서일하는’ 동적인 생활이 그들의 심장을 각종 질병으로부터 튼튼하게 지켜주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 연구가 던져주는 교훈이 우리 모두가 심장의 건강을 위해 현대의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버리고 수렵채집인의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드자 부족의 삶은 힘들고 불확실하고 위험하다. 오히려 현대인보다 더 많은 질병과 감영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고,치아관리가 힘들 뿐더러 각종 사고로 죽음을 맞이할 확률도 높다.

이번 연구를 이끌어온 애리조나 대학의 인류학자이며 운동과학자인 데이빗 레이클렌 박사는 “인간의 육체는 생리적인 필요에 맞게 반응하고 진화해왔다”면서“ 우리의 몸, 특별히 심장은 적당한 강도로 움직이며 일하기를 원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않을 때, 즉 심장박동이 거의 올라가지 않을 때 병리학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움직이세요. 가능하면 더 자주”라고 레이클렌 박사는 발한다. 왜냐하면 움직여야할 필요성이 우리의 뼈와 심장과 존재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몸은 적당한 강도로 움직이기를 원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일 끝나면 누워서 쉬는 라 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현대인은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힘들다.<사진istock>



<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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