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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조기 발견율 MRI냐 초음파냐

2016-11-15 (화) 임영석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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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조기 발견율 MRI냐 초음파냐
연말이면 잦은 음주로 40~50대 직장인은 간을 많이 걱정한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정도로 병이 진행돼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치료가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이 중 간암은 암 발생률 4위이지만,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일 정도로 치료가 어렵다.

간암은 조기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지만, 간암 환자의 60% 이상이 완치가 어려운 3기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위암, 대장암 등 다른 암의 완치율이 80% 이상이어도 간암 사망률은 여전히 높다.


특히 폐암이 70~80대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간암은 경제활동을 하는 40~60대에 가장 많다. 이런 이유로 간암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경제부담은 모든 암 중 항상 1위다. 따라서 개인ㆍ가족 불행을 예방하고 사회경제 손실을 줄이려면 간암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간암 위험이 연간 0.1% 미만이어서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간암 대부분은 간경화 환자에게서 생긴다. 간경화 원인인 BㆍC형 간염에 대한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먹는 약 도입과 건강보험 급여정책 덕분에 간경화 예방과 악화 방지는 어렵지 않다. 또한 간경화 합병증인 정맥류 출혈, 복수 및 복막염, 신부전의 예방과 치료법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간경화증 환자의 사망 위험은 최근 15년 새 65%나 줄었고 간암 환자의 기대 수명은 8년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간경화 환자의 간암 발생위험은 줄지 않아 개인당 2~10% 정도로 여전히 높다.

현재까지 간암 감시 검사법은 개인별로 간암 발생 가능성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고 초음파 검사만 실시돼 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ㆍ영상의학과 공동연구팀은 간암 발생위험이 연간 5% 이상인 간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간세포 특이 조영증강제를 사용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했을 때, 간암 조기 발견 확률이 86%로 기존 초음파 검사(27.9%)보다 3배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MRI 검사가 초음파보다 영상의 질이 훨씬 우수하고, 간세포 특이 조영증강제를 사용하면 MRI 검사의 진단 정확도를 훨씬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MRI 검사는 방사선을 쓰지 않기 때문에 반복 검사해도 인체에 무해하다. 특히 이 연구결과에서 주목할 것은 환자의 97.7%가 조기 간암으로, 74.4%는 극조기(0기) 간암으로 진단돼 대부분 완치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비교적 비싸지만 간암 발견 확률이 훨씬 높은 MRI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치료비가 오히려 적게 든다.

간암은 극조기에만 발견되면 완치할 수 있고 5년 생존율을 70%까지 올릴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간암 질병 부담과 경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간암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 개발이 절실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밀 의료에 기반한 개인형 맞춤 감시검사 전략을 도입해 조기 발견율과 완치율을 높이려는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임영석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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