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드먼 ‘분노의 정치’ 비판…지도자 안믿는 ‘팔로워십 위기’ 우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칼럼이 10일 미국을 세계적인 보물인 '파베르제의 달걀'에 비유하면서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에게 "제일 먼저 신뢰를 회복시켜달라"고 주문했다.
NYT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날 '달걀 깨지기 직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치인들이 '분노의 정치'를 양산하면서 이제 미국은 리더십의 위기는 물론이고, 국민이 지도자의 말을 믿지 않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프리드먼은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미국의 체제를 비난하고,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신뢰의 기저'를 공격했다면서 마치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나 돈을 목표로 쉬지 않고 진격하는 축구 경기와 같았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8년에 대해서도 "이번 대선전으로 정점에 이르렀지만, 정치가 미국을 극단으로 몰고 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국은 축구장이 아니라 '파베르제의 달걀'인데 우리는 그것을 지금 깨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 몇 년, 분노를 조장하고 국민 사이에서 불신을 퍼뜨리며, 워싱턴DC의 정부·정치권을 흔드는 것이 좋은 비즈니스, 좋은 정치가 돼버렸다"면서"'분노 비즈니스'가 성장산업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고탐 무쿤다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분노 정치가 수년 동안 계속되면서 너무 많은 미국인은 진실을 들어도 이를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도자의) 말을 따를 국민을 다시 갖지 않는 한 효과적인 리더십도 세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리드먼은 "우리가 만약 이런 광기(狂氣)에서 물러서지 않고 지난 8년처럼 앞으로의 8년을 보낸다면, 이 곳(미국)은 결딴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통령은 우리를 치유로 이끌어,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신뢰의 힘줄을 복원해야 한다"며 "국민 사이의,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의 구멍(deficits)을 메우는 것이 다음 대통령이 경제, 외교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요구했다.
만약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다면 '민심 투어'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이끄는 동력이 무엇이 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트럼프는 치유하고, 진실을 말하고, 국정과제를 연구하고,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게 아닌 들어야 하는 것을 말하는 리더가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런 것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는 역사에서 가장 귀중한 파베르제의 달걀을 깨뜨린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베르제의 달걀'은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3세가 황후 마리아 페도로브나에게 줄 부활절 선물용으로 당시 보석 세공의 명장 카를 파베르제에게 명령해 만든 것으로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게 50개에 못 미치는 유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