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전주 오하이오·플로리다·미시간 승리 이메일 스캔들·백인 중산층 결집 힘 입어
▶ “변화 갈망 ‘숨은 표’ 대거 투표” 지적도
8일 치러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라는 오명을 씻고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에 빠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선거 중반 공화당 내부에서도 끝없는 논란과 분란 때문에 낙마까지 거론되는 등 대혼란과 위기 속에서도 ‘정치 이단아’로서 대선 행보를 이어간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마침내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미 유권자들의 대통령으로서의 인정을 받는 셈이 됐다.
■승부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역전극을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플로리다를 포함해 경합주 대부분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한 플로리다(29명)와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한데 이어 민주당 우세 지역인 미시간까지 가져온 것이 막판 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오하이오의 경우 역대로 1960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 승자가 모두 백악관의 주인이 됐을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또 트럼프 당선자가 이처럼 대선전을 하는 데는 선거 막판에 대선판을 강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가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데다가 그의 열성 지지층, 특히 ‘러스트벨트’(낙후된 중서부 제조업지대)의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이 막판 대결집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외부에 자신의 트럼프 지지 의사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은 ‘샤이 트럼프’, 이른바 숨은 표가 대거 투표장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피즘’으로 집약된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 열망이 표로 대거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반면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부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새로 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히스패닉과 아시안 유권자의 높은 참여로 든든한 원군을 얻었지만 보수층의 결집과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이라는 높은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미와 전망
정치와는 무관한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로 막말과 기행을 일삼아온 트럼프가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에 빠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 사회 밑바닥에서부터 광범위한 변화의 물결이 가속화될 계기를 맞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경제통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8년간 추진했던 국방·외교·경제·보건의료·경제·이민 정책을 뒤엎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건 이래 최대 규모가 될 세제 개혁’ 등 부자 감세와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자는 상속세 폐지와 법인세·소득세 인하 등 전체적인 감세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또한 미·멕시코 국경에 멕시코 정부 돈으로 거대한 장벽을 쌓겠다는 등 초강경 이민정책을 주장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민 심사 강화, 불법 국경 통과자 추방, 외국인 범죄자 강력 처벌 등을 강력한 반 이민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등 푸틴 대통령과의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며 러시아 활용책을 강조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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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