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 시인들의 코너(Poets’Corner)

2016-11-01 (화) 연주영 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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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새로 이사한 하츠데일 사무실로 오면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 때에 눈에 들어 온 길 이름이 키츠(Keats)이었다. 테니슨, 프로스트 등의 길 이름을 차례로 보면서 그 곳은 ‘시인들의 코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리에 새겨진 시인들 이름 중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친근한 시인은 포우(Poe) 일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우의 ‘레이븐’(The Raven)과 ‘애너벨 리’(Annabel Lee) 등은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커리큘럼에 꼭 포함되어 있는 작품들이다. 미스테리한 탐정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 넣었던 그의 주제는 ‘죽음과 사랑’이다.

요즘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이 많이 읽는 명작들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슬픔을 다루는 ‘온 마이 어너’, ‘테라비시아로 가는 다리’, ‘피그맨’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상실감을 느끼게 하고, 최종 목적지를 생각하도록 해보는 것은 인생의 가치에 대하여 질문해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가치를 알게 되면 인생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찾을 수 있기에.


몇 주 전 인생의 가치에 대한 감명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옛날에 한 제자가 스승을 찾아가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하고 묻자 스승은 제자에게 보석을 하나 주면서 그것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오라고 했다. 제자는 야채 상점 주인에게 가서 보석의 가치를 물어보자, 다 팔고 남은 사과 한 상자와 교환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자는 길에서 만난 대장장이에게 같은 질문을 하니 그는 사과장수보다는 좀 더 많이 보상해 주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제자는 보석상에 가서 그 보석의 가치를 물어보니, 그 보석 장사는 “이 보석은 돈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아주 귀한 것이니, 앞으로 집안의 가보로 삼고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 좋겠소”라고 이야기 했다.

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그것을 참으로 알아 볼 수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내게 큰 위안을 주고 있다. 때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나, 참 가치를 볼 수 있는 사람의 눈에는 그 일이 소중한 보석처럼 가치 있는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 다시 찾아 온 시인들의 거리에서, 오스카 와일드와 옛 시인들이 합창시를 읊는 듯하다.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드문 일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당신은 살고 있는가?” 어느덧 밀턴 앞에 서서, ‘실낙원’과 ‘복낙원’의 저자인 그가 환영과 작별을 담당하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연주영 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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