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러기

2016-10-16 (일) 11:03:17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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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살다가 겨울이 오면 남쪽으로 내려와
내가 살고 있는 포토맥 강 상류에 터를 잡고 살던 철새
봄이 와도 캐나다 로 돌아가지 않고
포토맥 강 가에 영주권자로 살고 있다.
기러기도 온화한 날씨를 좋아하나

그러면 가을 하늘에 V 자를 그으며 날아가던 기러기들을
더 바라볼수 없지 않은가
기러기 가족이 V자를 그리며 남쪽으로 내려 올때나
V자를 그리며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사라진다면
가을은 거대한 상실의 아픔을 어찌 견딜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데
기러기들은 캐나다를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단 말인가
총를 쏘아도 날아가지 않는 새,
그러나 그 어느 상실의 아픔보다
난 가을 하늘의 V 자가 사라진 아픔을 누구보다 견디기 어렵네

너도 가면 나도 갈까
내가 떠나면 너도 떠나는거냐
하긴 이 나라는 이주민의 나라
이주민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기러기 날지 않는 하늘에 V자를 그리며 살아가야지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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