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를 맞으며
2016-10-13 (목) 08:09:08
이봉호 게이더스버그, MD
내 외출 시간표에는
배 불룩한 덩치의 육체보다
마음이 먼저 뛰쳐나간다
가을 빗소리 문틈에 기웃거릴 때
집안에 감금당한 상념들은
가을의 환상들을 더 그리워한다
산다는 것 자체가 어느 것이든
변화에 따라 옷 단추를 끼워가며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면서
나를 자꾸 흔드는 가을비는
창가에 얼룩진 형상들을 지워낸다
햇볕과 바람이 날 유혹하고
안개와 구름이 날 위로하며
언제든 어디서든 사랑하란다
가을볕이 풍요를 내게 전해 주고
가을비가 풍요를 수탈해 간다고
농부들의 푸념이 쌓여가지만
함께 받쳐 든 우산 속 두 얼굴은
가을 색깔만큼 붉게 익어 가는구나.
<이봉호 게이더스버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