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필리핀 두테르테 “미국과 군사동맹 필요하냐” 의문 제기

2016-10-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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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합동훈련 준비 말라고 했다…상호방위협정은 유지할 것”

▶ “中과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스카보러 문제 당분간 안 건드리겠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필리핀 군사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재차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과의 '거리 두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AP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궁에서 열린 신임 관료 취임 선서식에서 "나는 군사동맹을 취소하거나 폐기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하나 묻자. 정말로 우리가 그걸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최강국 간에 대규모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의 지원은 언급할 것이 못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병합 당시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기존 입장 역시 재확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군이 훈련을 끝마칠 때마다 빌려줬던 고성능 병기를 회수해 간다면서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들만 이득을 보고 있다. 훈련을 통해 배우는 건 그들이고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대형 훈련 3건을 포함해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이 연간 28건에 이른다면서, 지난 7일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합동훈련 중단 결정 재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2일 마닐라의 필리핀 해안경비대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는 "내년부터 더 이상 합동훈련이 없을 것인 만큼 로렌자나 장관에게 내년도 준비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는 "그들이 안보 우산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는 만큼 현재 있는 협정을 굳이 깨거나 폐기할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는 모든 군사적 동맹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중으로 예정된 중국 방문 기간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거듭 나를 초청했고, 나는 요청을 받아들였다"면서 "(양국 간에 분쟁 중인) 스카보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문제는 당분간 건드리지 않겠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화를 낸다고 해도 이건 모두 흰소리에 불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해 승소했지만,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게 할 방법이 없다면서 무력을 동원할 경우 "우리는 창피를 당할 것이고, 학살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18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25∼27일에는 일본을, 그러고 나서 곧바로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의 친미 노선을 수정하며 중국·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를 추진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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