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테르테, 필리핀선 열광

2016-10-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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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법적 마약전쟁 · 반미 언행

▶ 취임100일 76% 지지

두테르테, 필리핀선 열광
지난 5월 필리핀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웃사이더’ 로드리고 두테르테(사진) 대통령이 오는 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행동과 언사가 국내외에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의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필리핀 남부의 다바오시 시장 출신인 그는 선거 기간에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 “피비린내는 대통령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지난 6월 말 취임과 함께 행동에 옮겼고, 필리핀의 최대 우방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개XX’라는 욕설을 서슴지 않는 등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 거친 언행을 일삼으며 ‘나 홀로 행보’를 고수, 국제사회의 관심과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우선 정책으로 삼은 ‘마약과의 전쟁’은 가장 큰 논란거리다. 지난 6월30일 취임 이후 지금까지 3,600명가량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다.


그는 60만 명의 마약 중독자가 있는 필리핀에서 마약이 국가와 가정을 파괴한다고 비난한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SWS가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필리핀 가구의 62%가 마약 중독자에 대한 공포감을 나타낼 정도로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소탕전이 인권을 무시하는 초법적 처형이라는 국내외 인권단체의 비판에도 환호하는 이유다.

여론조사업체 펄스아시아가 7월 벌인 여론조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 신뢰율이 91%에 달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SWS가 9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6%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으며 11%만 불만족을 드러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는 응급환자 이송에 쓰라며 국적 여객기를 이용하고 티셔츠 등 격식 없는 복장으로 현장을 누비며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것도 인기요인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유럽연합(EU) 등이 잇따라 필리핀의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초법적 처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막말로 대응했다. 마약 소탕전을 독일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했다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의 외교정책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친미 외교 노선을 버리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러시아에도 손을 내민다. 중국, 러시아와 경제 협력 확대 뿐 아니라 무기 구매도 검토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행보는 미국과 인권문제로 대립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합동순찰,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24년 만에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양국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의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내 시절(임기)에 미국과 결별할지도 모른다”며 단교도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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