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유학생 박사 10명 중 6명 귀국 ‘NO’

2016-09-29 (목)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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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계 박사취득자 미국 잔류비율 상승세 가속화

한인 유학생 박사 10명 중 6명 귀국 ‘NO’
한국의 명문대학을 나와 직장에서 일하다 뒤늦게 보스턴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딴 박(39) 모씨. 현재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박씨는 올해 초 한국에 돌아가는 대신 미국에 눌러 앉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씨는 "한국 대학이나 일반 연구실에서는 창의적인 연구는 꿈도 못꾼 채 정한 기한이나 목표를 맞추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쫓기듯 일해야 한다"며 “이곳 연봉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자녀 교육 여건까지 감안하면 후회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공부하러 왔다가 이공계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인재들의 미국 잔류 비율의 상승 추이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학재단(NSF)이 최근 공개한 과학엔지니어링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 대학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서 미국에 머물겠다고 응답한 한인 유학생의 비율은 2012~2013년 59.8%를 기록했다.

한인 유학생 박사 10명 중 6명은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직장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한인 박사들의 미국 잔류의사 비율은 2010년대로 들어서며 더욱 상승폭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연도별로 보면 2000~2003년 43.0%에서 2004~2007년 43.1%, 2008~2011년 44.6% 등으로 꾸준히 늘다가 2012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열별로 보면 생물학 전공자가 가장 높았으며, 이어 물리학, 보건, 수학 및 컴퓨터, 엔지니어랑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한인 박사들이 귀국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적절한 직업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크다. 실제 이공계 박사들이 선호하는 대학교수나 정부 연구소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맥이나 학맥 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취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 아울러 한국 기업들의 권위적인 사내문화와 학문 및 근무여건, 자녀 교육 문제 등도 이들을 붙드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뉴저지의 한 대학원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35)모씨는 “막상 한국으로 가려해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도 쉽지 않고 한국 기업들의 경우 상명하복식이 많아 망설여진다”면서 “더군다나 비싼 주거비와 자녀문제를 생각한다면 미국에 남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A1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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