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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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있는 그대로 정확히’ 자기 이야기를 담자

2016-08-15 (월) 지나 김 시니어 디렉터 어드미션 매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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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입가이드, 스스로 어렵게 만드는 에세이,

▶ 너무 많이 포장해 사정관들 의심,지원자의 모습이 안 보이면 실패

가끔 한국방송을 시청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귀농생활을 선택한 가정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 울창한 산과 넓은 들을 접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은 직접 밭을 가꾸고, 웬만한 일들은 직접 해결해야 하는 등 도시생활에서는 하지 않았던 육체노동이 쉽지 않지만, 분명 오랜 시간 동안 겪었던 시간의 쫓김, 경쟁의 긴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절로 부러움이 생기곤 한다.

이런 방송을 볼 때마다 특히 눈여겨보는 것이 아이들의 모습이다.


한때 도시 생활에 젖어 있던 아이들이 한적한 마을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고, 부모와 함께 밭에서 얻은 소중한 땀의 결실들을 거두는 농촌의 삶에 조금씩 녹아들어 말과 행동에서 변화를 보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하긴 동네 작은 학교에서 몇 명 안 되는 친구들과 수업을 하고, 집에 돌아와 숙제를 마치고 나면 주변의 자연이 놀이터가 되니 보는 것, 느끼는 것도 그 환경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방송에 나오는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순박하고 때론 정겹게 느껴지면서 쉽게 호감이 가곤 하는데, 그 배경에는 가족이 귀농생활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아이를 포함한 가정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방송에 담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오늘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대학지원을 위한 에세이 작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이미 수차례 다각도로 이에 대해 많은 설명을 했지만, 여전히 내년 가을학기 입시를 준비하는 상당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이를 어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한 번 가정해 보자.

만약 어떤 사람이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고 치자. 여기에 대한 답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문을 제대로 해봤는지에 달려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이 이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면 답을 내놓기 힘들 것이고, 반대로 어느 정도 이에 대해 고민을 해봤다면 그런대로 솔직담백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나, 당신한테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지난 시간들을 차분히 더듬어 보지 않는다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정말 해야 할 답을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전하면 되는 것을 자꾸 거창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별 상관없는 내용들로 답을 하려 한다면 질문을 한 사람을 곧 짜증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에세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에세이를 심사하면서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목소리를 얼마나 잘 내는 지 등 간단한 점들을 보려는 것뿐인데, 불필요한 장황한 이야기로 가득하다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들은 자꾸 뭔가 새로운 모습을 대학 입학사정관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특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일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입학사정관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에세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있는 사실 그대로 10대 청소년의 시각과 목소리를 보고, 듣고 싶은데 정작 입학사정을 해보면 상당수 에세이들이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입학사정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들 가운데는 너무 많은 포장을 해 이 에세이가 정말 지원자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작품인지 의심만 들고, 또 어떤 것은 아예 논문 또는 학교 리포트나 다름없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겉으론 번쩍번쩍하지만 그 안에 지원자의 모습이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이 가장 강조하는 키포인트는 ‘자기성찰’과 ‘자신의 목소리’이다.

대학입학을 앞두는 시점에서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왔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좋았던 것과 나빴던 것,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가장 의미가 있었던 순간들 등 지난 시간을 한 번 차분하게 되돌아보라는 것이 입학사정관들의 조언이다.

이는 에세이가 입학사정의 절대적인 부분도 아니고, 어떤 정해진 형식도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털어 버리고 고등학생다운 생각과 말을 전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귀농한 가정의 아이들이 들과 개울에서 뛰어놀며 터득한 자신만의 재미를 있는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하듯이 무겁고 고차원적인 내용 보다는 재미 있고, 흥미를 주는 소박한 얘기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겠다는 기본적인 자세만 가져도 에세이 부담의 상당부분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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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김 시니어 디렉터 어드미션 매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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