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언 의장·매케인·크리스티 이어
▶ 오바마까지 “대통령 자격 없다” 직격탄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2일 버지니아 애시번의 브리아우즈 고등학교에서 열린 캠페인에서 트펌프의 연설을 듣고 있다. [AP]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은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전날 전몰장병 부모 모임을 모욕하지 말라고 일갈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3일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또 다시 직격탄을 날렸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를 대놓고 비난하는 일을 흔치 않아 이번 대선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다.
또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왔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욕 주지사조차도 비판대열에 가세해 공화당 대선정국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됐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때 법무장관에 물망이 오를 정도의 최측근으로 트럼프 캠프의 ‘정권 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소속의 연방 하원의원인 리처드 한나(뉴욕)는 2일 트럼프의 발언은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무슬림 군인의 부모들을 공격한 것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며 트럼프 대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이 클린턴 후보를 찍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태가 것 잡을 수 없이 번지는 데도 트럼프는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한 라이언 하원의장과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이들이 지역구 경선에 나설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며 반격의 깃발을 올려 공화당 내에서 조차 좌충우돌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전사한 무슬림 미군장교 비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곧바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가를 위해 큰 희생을 한 ‘골드스타 패밀리스’(Gold Star families·전사자 가족모임)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유럽·중동·아시아의 주요 이슈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 등이 이 나라를 이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이제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정당한 지의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자문해야 될 때가 됐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비난의 수위가 상당한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긴급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안전하지 못한 곳으로 이끈 실패한 지도자라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이 똑같이 대통령에는 부적합한 인물들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트럼프는 앞서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폴 라이언을 좋아하지만, 미국이 끔찍한 시대에 처해 있고 우리는 아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오는 9일 라이언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공화당과 후보들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한 ‘베트남전 영웅’ 존 매케인도 지역 경선에서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힐러리 클린턴 지지 연사로 나선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 부부의 트럼프 비난발언에 대해 거침없는 말투로 무슬림 비하로 느낄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내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다.
키즈르 칸은 이날 2004년 이라크에서 미군장교로 참전했다가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아들 후마윤을 들어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들이 악의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며 반박하면서 칸과 함께 연설대에 섰던 그의 부인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을 빗대어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인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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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