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명의 대가’ 빌, 아내 업적 소개…젊은층 호소 성공여부가 관건

지난 25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참석해 버니 샌더스가 입장할 때 박수를 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가운데)
미국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설명의 대가'(explainer-in-chief)가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26일 분위기 고조의 책임을 맡는다.
바로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다.
민주당 소식통과 정치 분석가들은 1993년부터 미국 정부를 이끌었던 빌 클린턴이 이날 밤 연설에서 그동안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내의 업적들을 주로 언급할 계획이다.
아동권익보호에 앞장섰던 젊은 변호사 힐러리 클린턴의 모습이나,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 일하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그다지 받지 않았던 힐러리 클린턴의 의정활동 등을 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떠난 지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몸값 높은' 연사로 알려진 빌 클린턴이 아내의 대선후보 공식 지명을 위한 중요한 전당대회 무대에서 그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그와 동시에 빌 클린턴이 전당대회 연단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전날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힐러리 클린턴의 당내 경선 경쟁자 버니 샌더스가 간신히 진정시킨 샌더스 지지자들의 불만을 다시 일깨우는 일을 피해야 하는 게 첫번째 부담이다.
빌 클린턴 본인도 방청석에 앉아 이들의 연설과 청중들의 분위기를 똑똑히 지켜봤다.
한때 미국인들의 마음을 말로 쥐락펴락했던 빌 클린턴이지만, 그의 재임 기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 대거 유권자로 참여하게 되고, 샌더스 지지 비율이 높은 젊은 유권자들에게 옛날처럼 빌 클린턴이 '연설의 마력'을 부릴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정치적 지향이 4년 전에 비해 진보 쪽으로 크게 쏠린 점도 빌 클린턴으로서는 껄끄러운 부분이다.
자신이 어느 한 쪽의 정치 성향에 치우치지 않았음을 내세우는 것이 빌 클린턴의 인기 유지 비결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제는 변화된 전당대회장의 분위기에 어떻게 자신의 메시지를 맞출 지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물론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수많은 미국인에게 자신이 힐러리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통령으로서의 힐러리 클린턴은 빌 클린턴과 다르다는 점을 내보여야 하는 일도 빌 클린턴이 져야 할 부담으로 지목됐다.
빌 클린턴이 자신의 대선 유세 과정에서 했던 잘 알려진 말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도 국정이나 미국 사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동원했던 '하나 값으로 둘'(two for the price of one)이라는 말은 이번 대선에서 특히 클린턴 부부 모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설명했다.
자칫 잘못하면 '과거의 기성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빌 클린턴을 다음 대통령에 도전할 힐러리 클린턴과 엮이게 한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임기에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샌더스 지지자들은 물론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도 기회 있을 때마다 공격의 소재로 삼았던 문제다.
'설명의 대가가 아내뿐 아니라 자신도 설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전망은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로 꼽힌다.
크리스 반 홀렌(민주·메릴랜드) 하원의원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까지 10번째 전당대회 연사로 나서는 빌 클린턴이 예전처럼 "매우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미 민주당 정강 등을 통해 "정책경로를 (남편 재임 때와 비교해) 수정했음을 보였다"며 빌 클린턴이 자신 대신 아내를 부각하는데 성공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빌 클린턴 부부의 1994년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