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곧 추방’ ‘장벽을 쌓아라’ ‘영어로 말해’
▶ 무슬림 학생들에‘타코벨서 태어났지’ 등교때 출생증명서·소셜카드 소지도
“넌 타코벨 상점에서 태어났잖아”(You were born in a Taco Bell), “너 곧 추방될 거야”(You’ll get deported) 도널드 트펌프의 말이 아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같은 반 이민자 친구를 향해 내뱉는 말이다. 교실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이같은 모욕적인 막말로 이민자 동료학생들을‘왕따’시키거나 괴롭히는 현상이 미 전국 초·중·고교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학생 부모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지역적인 정치색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어 미 교육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진보적인 색채가 강한 도시 중 하나인 버클리의 로사 팍스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라틴계 이민자 학생이나 무슬림 학생들에게 막말을 해대는 백인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어 교사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 트레이시 이글하트는 “트럼프의 말을 흉내 내며 이민자 학생들을 막말로 괴롭히거나 왕따시키려는 현상이 근래 들어 나타나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글하트 교사에 따르면,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라틴계 학생이나 무슬림 학생에게 “너는 타코벨에서 태어났다”라거나 “너는 곧 추방될 거다” “너는 국경 장벽에서 붙잡히게 될 거야”라고 놀리며 괴롭히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남부 빈곤법 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 관계자는 “미 전국 초·중·고교에 트럼프 후보의 막말이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어, ‘외국인 혐오주의’(xenophobic spirit)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 전국 초·중·교 교사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현상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무대에서 막말을 뱉어내는 트럼프 후보의 반이민주의가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여과 없이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 초·중·고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이민자 학생 ‘괴롭힘’이나 ‘왕따’ 현상으로 인해 등교할 때 ‘출생증명서’나 ‘소셜시큐리티 카드’를 챙겨가는 웃지 못할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자로 지목되거나 놀림을 당하기 쉬운 소수계 학생들 사이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고교 교사는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오는 학생들은 친구들로부터 ‘넌 추방될 거다’나 ‘넌 장벽에서 붙잡힐 거야’ 또는 ‘여기 아직 장벽이 세워지지 않았나’라는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적이 있는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백인 학생들이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방식으로 이민자 학생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2월 인디애나주 앤드레안 하이스쿨에서 열린 친선 농구경기에서는 트럼프 팻말을 든 백인 학생들이 라틴계 학생들이 대부분인 상대팀 학교를 향해 “영어로 말해라” “장벽을 건설하라”라고 소리를 질러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는 일이 있었고, 지난 4월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벨로이트 메모리얼 고교와 엘크혼 하이스쿨의 친선 축구경기에서는 응원하던 여학생들이 라틴계 학생들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는 장벽을 건설하라”고 외치는 일도 있었다.
한 이민자 민권단체 관계자는 “인종주의적 성향을 가진 백인 학생들이 트럼프의 인기에 편승해 이민자 학생들을 향해 증오발언을 일삼거나 괴롭히는 일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트럼프로 인해 어린 학생들까지 인종적 증오와 편견으로 오염되는 현상이 나타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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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