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샌더스 협력·민주당 단합 결정적 도움”

2016-06-10 (금) 02: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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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힐러리 지지선언 의미

▶ 청년층·중서부 대도시표 흡수

“샌더스 협력·민주당 단합 결정적 도움”

지난 2007년 6월3일 당시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서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이 뉴햄프셔 맨체스터에서 열린 대통령 토론회에서 나란히 앉아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 선언이 클린턴에게는 천군만마의 든든한 후원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한 지붕 아래 힐러리-샌더스 캠프가 들어오도록 하는 당의 단합을 위한 '키 플레이어'(key player) 역할을 하면서지지 선언으로 당이 급속히 단합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세상 전부를 얻은 셈"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여러 해에 걸쳐, 격렬한 경쟁자에서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백악관에서 샌더스 의원과 단독 회동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클린턴 전 장관에게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샌더스 의원은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7일 경선 승리를 선언한 클린턴 전 장관에게 자신이 전화를 걸어 "트럼프를 무찌르고 단순히 1%가 아닌 국민 모두를 대표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해 조만간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나는 물론 (오는 14일) 워싱턴 DC 경선은 경쟁할 것"이라며 레이스는 완주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그 직후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샌더스 의원을 만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후보'를 수용하기로 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샌더스 의원의 이같은 동시 입장 발표는 트럼프 저지와 민주당의 대선 승리라는 대의명분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클린턴 전 장관의 대권가도에 결정적인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이메일 스캔들' '벵가지 사건' 등 그동안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여러 악재를 털어내는 계기로도 삼을 수 있다.

실제 두 사람은 클린턴 전 장관의 약점을 절대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임기 말의 대통령과 달리 50%를 넘는 국정 지지도를 자랑하고 있는데다가, 흑인은 물론이고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히스패닉 사이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더욱이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 러스트 벨트, 즉 미시간과 미네소타, 위스콘신주 등 중서부 대도시 주변의 중도층을 공략하는데 있어서도 '오바마 카드'가 적잖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승리했던 위스콘신을 첫 출격지로 삼은 것도 이런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샌더스 의원은 러스트 벨트를 중심으로 미국 주류정치와 열악한 경제상황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백인들과 청년층을 흡수하면서 경선 마지막까지 클린턴 전 장관을 바짝 위협했다.

당내에선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들을 끌어안지 못하면 본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일각에선 '힐러리 대통령-샌더스 부통령' 조합이 필승카드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젊은층에 어필하지 못하고 '부자-기득권 이미지'가 강한 클린턴 전 장관에게 샌더스 의원의 지지와 협력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샌더스 의원의 열성 지지층 가운데 과연 얼마나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한 여론조사에선 샌더스 의원의 주력 지지층인 백인과 청년 진보층의 5분의 1가량이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은 두 사람의 지지와 협력 약속을 등에 업고 그간의 '수세 모드'에서 벗어나 '공세 모드'로 본격적으로 전환한 모양새다. 본선 맞상대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종교·여성차별 발언을 맹공격해 온 클린턴 전 장관으로 앞으로 그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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