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속에서 세상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70이 다 된 불효자식을 찾아와 함께 걱정해 주시는 어머님을 뵈었다. 그래서 스티브 호킹이 만든 ‘시간의 역사’타임머신에 시동을 걸었다.
그 당시 일본제국주의는 소위 대동아전쟁으로 광분하고 있던 때였는데, 전쟁무기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이동네 저동네를 뒤지면서 소여물 끓이는 무쇠솥, 놋그릇 그리고 작두까지 수거해 갔고 심지어는 우물가에 씻어놓은 놋요강까지 약탈해 가서 탱크와 대포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또다른 곡성이 동네마다 진동한 쓰라린 역사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건 긴 칼차고 붉은 완장 두른 악랄한 일본순사들이 동네방네 누비며, 들장미같이 청순하게 피어있는 우리 한국 처녀들을 꺾어다 종군위안부로 납치해간 천인공로한 시간의 역사이다.
“고개넘어 금순이도 행방불명 됐고 영천에 사는 순자도, 영자도 같이 끌려갔다더라’는 소문들이 그당시 톱뉴스였었다. 때를 같이하여 희도보통학교를 막 졸업한 청상과부 외조모님의 무남독녀 학순이도 대구에서 행방불명되었다. 외조모님은 밤마다 눈이 붓도록 울며 새벽마다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딸이 무사히 돌아와주기만을 기도했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런 후 많은 시간들을 걱정과 눈물로 지새우던 어느날, 일본 동경에서 ‘불효녀가 엄마께 드립니다’로 시작되는 편지 한통이 날아왔다. 그 편지내용에는 “엄마 몰래 일본으로 도망온 것 용서바라며, 하나님 은혜로 동경음악학교 성악 오디션에 합격했으며 또 교회에서 신학공부하는 한국청년을 만나, 내년 이맘때는 결혼까지 약속했으니, 너무 걱정마소서”라는 간단한 편지를 받은 후에야 걱정을 놓고 주무실 수가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 날을 계기로 필자도 뒤돌아보면 어머니의 걱정거리였던 아들이었다. 장티푸스 걸렸을 때도, 중학교 입학시험 치를 때도, 열 손가락도 모자랄 정도로 어머니를 걱정시킨 불효자였다. 나 뿐만 아니라 젊었을 때의 어거스틴도 어머니 모니카의 걱정거리 아들이었다.
우리가 믿는 예수도 12살때 미아가 되어 어머니 마리아 속을 썩였다는데, 성전에서 아들을 찾은 그 모친이 가로되 “아이야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보라 네 아버지와 내가 근심하여 너를 찾았노라(눅2:48)는 성경구절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오늘도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위해 불철주야 걱정하신다. 70이 다된 아들에게 “얘야 차조심하거라” 걱정하시는 것이 마치, 옛날 고려장 풍습때 아들에게 업혀 깊은 산속을 헤매는 아들이 행여나 길을 잃어버릴까봐 솔가지를 꺾어 땅에 던지며 걱정하시는 분은 아마도 우리들의 한국 어머니밖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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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