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 아기 해외입양 실태 세미나

2016-04-25 (월) 05:07:27 강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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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보다는 제도가 문제”

한국인 아기 해외입양 실태 세미나

<사진설명: 하와이 대학교 법대 방문교수로 와 있는 나임윤경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가 ‘아이를 보내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한국 해외입양(Re-thinking Korea Overseas Adoption from Sending Moms’ Perspectives)’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해외입양 실태에 대해 논하는 세미나가 21일 하와이 주립대 한국학연구소(소장 이상협)에서 열렸다.

하와이 대학교 법대 방문교수로 와 있는 나임윤경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가 진행한 ‘아이를 보내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한국 해외입양(Re-thinking Korea Overseas Adoption from Sending Moms’ Perspectives)’라는 제목의 이날 세미나는 남아선호, 혈통주의, 가부장제도 등의 문화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알려진 한국의 해외입양 문제가 정부의 개입(혹은 무개입)이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1년, 6개월짜리 젖먹이 아이를 부산에서 보스턴으로 에스코트한 경험을 계기로 입양 문제를 다룰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나임교수는 “공항에서 아이와 떨어지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나임교수는 이어 “아이를 수양가족(foster family)에게 데려갔을 때 수양가족이 저에게 분유, 밀가루, 설탕, 과자 같은 것들을 바구니에 담아 선물로 줬다”며 “이유인즉슨 한국이 아직도 해외입양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해서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혼외자녀 출생률은 3% 이하로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장 중 낮지만 OECD의 34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자국의 아이를 해외 입양하는 국가가 한국이기도 하며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던 1985년에는 8,837명을 해외 입양한 바 있다. 또한 나임교수는 44만여 명이 출생한 2003년에 34만여 건의 낙태가 진행되었다는 경악할 만한 수치를 발표했다.

나임교수는 이러한 해외입양 수치의 주범으로 제도적인 문제를 지목하며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 그런지 군부와 민간정부와의 차이점이 확연했고 해외입양 문화를 조성한 정부의 의도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외입양 기관에게 허가를 내주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었고 또한 한국 내부적으로도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개인, 특히 여성의 자유가 억압되어 있었다는 것.

나임교수는 출산과 양육의 권리가 여성의 기본권에 포함되어 보호받아야 하며 정부가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성의 성생활은 남자와는 달리 임신, 출산/낙태, 양육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인권법적으로 여성의 성생활이 보장된다는 것은 출산/낙태와 양육 또한 여자의 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식권(reproductive rights)을 기본 인권으로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할 경우 해외입양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입양이더라도 입양 자체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주정부가 촉진시켜서는 안 된다.”또한 나임교수는 입양아들의 슬픈 사연이 많은데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은 “누가 외국에서 장관이 됐는지만 볼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거기에 오르기까지 거쳤어야 할 정체성 위기부터 입양아로서의 사연들을 봐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

<강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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