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벌어서 대학학자금 마련해요”
▶ 거리의 악사*햄버거*옷 가게 알바, 온실 안 화초 거부하고 자립심 키워

샌프란시스코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고 있는 왕씨 패밀리.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 주변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3명의 10대와 아버지로 보이는 보호자가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며 생활비를 버는 거리의 악사로 생각했던 그들은 실은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나선 중고생들이었다. “어머니는 변호사 시고, 옆에 계신 아버지는 IT 회사에 다니세요. 봄 방학을 이용해 저 자신에게 뜻있는 일을 하고 싶어 동생들하고 의기투합해 거리로 나왔어요.”이들 삼남매를 이끌고 거리로 나선 아버지 제임스 왕씨는 “아이들에게 자립심과 함께 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었다”며 “휴가를 얻어 아이들과 함께 거리 연주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왕씨는 봄 방학 2주 동안 1,000달러를 모으는 게 삼 남매의 목표이고 모은 돈의 2배를 매칭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면 봄방학이 끝난다며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산교육이 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왕씨는 미국 내에서도 부자동네로 손꼽히는 힐스브로에 살고 있다.
왕씨의 첫째 아들로 9학년에 재학중인 매튜군은 “첫 대학 등록금은 꼭 내 손으로 마련해 내고 싶다”며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파트파임으로 일을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매튜군처럼 소위 ‘있는 집 자식’이나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이 온실 속의 화초이기를 거부하며 삶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올 가을 UC버클리에 진학하는 존 김(12학년)군은 “합격 통보를 받은 그 주부터 잡(Job) 찾기를 시작해 햄버거 가게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했다”면서 “시간적 여유도 있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어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육신이 멀쩡한데 왜 시간을 집에서 게임이나 하면서 낭비하냐”면서 “그 시간에 파트타임으로 돈을 벌고 번 돈은 나를 위해 값지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파트타임으로 모은 돈으로 대학에서 쓸 노트북을 살 계획이다. 김군의 부모 둘 다 미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간부로 근무하고 있다.
아들의 파트타임에 대해 김제학(48)씨는 “몰래 아들이 일하는 햄버거 가게를 찾아가 구슬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면서 “일을 한 후부터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고 ‘용돈도 필요 없다’는 말을 해 ‘내가 자식 잘 키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키와 함께 마음까지 성장한 아들을 대견스러워 했다.
샌프란시스코 옷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마리 김양(11학년)은 “사람들과 만나고 일하면서 ‘내가 이제까지 부모님 덕분에 세상 참 편하게 살았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존감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
김판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