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SAT, 이민자 가정 학생에 불리

2016-02-10 (수)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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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선 학교 3월부터 실시 앞두고 혼란 가중

읽기 부담 증가…수학문제도 숫자 아닌 읽기로
영어 비모국어 학생들 ACT로 전환도

오는 3월부터 실시되는 새로운 형태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이 한인 등 이민자 출신 가정과 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과정과 좀 더 가깝게 한다는 취지로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SAT를 손질했으나, 실제로는 영어는 물론 수학에서도 '읽기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 사이에서는 '더 길고 어려워진' 지문 때문에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학생, 이민자나 저소득층처럼 가정에서 영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하는 학생이 고전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민자들이 많은 일부 학군에서는 학생들이 SAT의 경쟁시험인 ACT로 전환하거나, 교사들이 이를 권하는 등 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영어 읽기에 사용되는 단어 수가 기존 SAT에는 3,300단어, 새 SAT는 3,250단어로 큰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수학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30%로 거의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칼리지보드 관계자는 "읽기 부담을 유념하고 있다"며 "그것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려 한다. 학생들은 (새 시험을) 좀 더 친숙하고 편안하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읽기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어휘력 등을 측정하기 위한 단문형 문제들이 사라지고, 읽기 지문이 길어진 것이다. 현대 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적은 단어들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지문이 소설 '에단 프롬', '모비딕'이나 존 로크의 정치사상서에서 발췌되는 식이어서 높은 수준의 단어들과 사고력을 요구하게 된다.

수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입시 관계자는 "새 SAT 수학의 50%는 읽기와 이해"라면서 "학생들은 모든 언어들을 헤집고 나와서 수학을 추출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 SAT와 지능지수(IQ) 테스트의 상호 연관성은 옛 SAT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이나, 이 입시 관계자는 "더 어려워진 읽기 시험 때문에 잘하는 학생이 더 잘하는 결과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시 전문가는 새 SAT의 지문이 기존에 비해 평균 한 단계 높아진 것으로 측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혼란이 커지면서, 주로 중서부 지역의 대학들이 받아들였던 ACT 시험으로 돌아서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많은 고교에서 그런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CT는 '함정'이 있는 문제가 적은 대신, 과학 시험이 포함되고 SAT에 비해 더 많은 문제에 시간은 더 적게 준다는 특징이 있었다.A1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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