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테니스 공을 바라보며 코트위에서 연신 땀을 흘리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퀸즈 베이사이드 고등학교 9학년에 재학 중인 유지성(14•사진) 양. 유양에게 테니스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다.
“솔직히 아직도 내가 원하는 꿈이나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테니스임은 분명한 것 같아요.”
은근한 자신감이 배어 있는 그 대답처럼 유양은 현재 뉴욕•뉴저지 일원의 한인 테니스 꿈나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명이다.
테니스를 시작한 이래 첫 대회 출전을 경험했던 지난해 ‘제9회 한국일보배 뉴욕한인테니스대회’의 15세 이하 부문에 나서 단번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결승전 맞상대가 전년도 12세 이하 부문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던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월한 실력으로 꺾었다. 이 같은 실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올해 뉴욕한인테니스협회의 장학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네 살이 되던 해 테니스 매니아인 아버지를 따라 라켓을 처음 잡았다는 유양은 타고난 순발력과 운동신경으로 또래 가운데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현재 14세의 나이에도 165센티미터에 이르는 훤칠한 키와 긴 팔, 다리를 갖춘 탁월한 신체 조건 또한 유양을 테니스에 최적화시킨 장점으로 꼽힌다. 또 중•고교 시절 교내 테니스부 주장을 맡았던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운동에 대한 열정과 승부욕도 대단하다.
잠시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3년 전부터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한 후로 나날이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베이사이드 고등학교에 진학 하자마자 신입생으로는 이례적으로 교내 테니스 팀 1군에 소속돼 학교 주력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사실 유양은 테니스 뿐만 아니라 태권도, 수영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할 정도로 그야말로 만능 스포츠 우먼의 면모를 뽐낸다. 테니스와 함께 시작한 수영은 YMCA 수영반에서 월반을 거듭하며 약 2년 만에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는 ‘접영’을 완벽히 마스터하기도 했다. 여러 팀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아왔지만 현재는 그저 취미로만 즐기고 있다고.
4년 전에 시작한 태권도 실력도 일품이다. 최근에는 한국 국기원 공인 승단심사를 통과하고 당당히 검은 띠를 허리에 두르게 됐다. 뉴욕시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태권도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유양이 단순히 운동에만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전과목 평균 94~95점대를 유지해온 우등생이다.
최근에 훈련 양이 늘어나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틈틈이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최근에 ‘예술 사진’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주해온 클라리넷도 학교밴드로 활동하며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유양은 앞으로 실력을 계속 가다듬어 최고 명문중 하나인 스탠포드 대학교의 테니스 장학생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가능하다면 프로선수로 나서고 싶은 욕심도 있다.
유양은 자산운용 컨설턴트로 일하는 아버지 유성열씨와 어머니 유지연씨의 1녀1남 중 장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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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