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위암·간암 ‘백인의 4배’

2015-12-24 (목)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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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보다 특정 암 높지만 인종별 암 발병률은 낮아 식생활·문화적 배경이 원인

한인 위암·간암 ‘백인의 4배’
한인 위암·간암 ‘백인의 4배’

미주 한인들의 ‘암 발병’ 실태

한인들에게 암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암과 마주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암'은 항상 무섭다. 그렇지만 모든 암에 대해 항상 방어 태세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예전보다 더 오래 살고, 암 진단 검사가 활성화되면서 암 진단을 받는 한인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한국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기대수명까지 생존하는 한국인 3명 중 1명은 한 번쯤 암에 걸릴 수 있을 정도로 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 되고 있다.


미국의 타 인종 그룹뿐 아니라 한국인과도 다른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 미주 한인들의 암 발병 실태를 알아봤다.


◆사망원인 1위 한인은 암, 미국인은 심장병

한국이 지난 1983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암은 30년째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은 암보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이 더 많았다.

캘리포니아 공공보건국이 최근 발표한 ‘2015 캘리포니아 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의 경우, 심장 질환 사망자가 5만9,832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해 사망원인 1위로 꼽혔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5만7,504명으로 23%를 차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인 등 아태계와 히스패닉의 경우, 암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비히스패닉 백인과 흑인의 사망원인은 심장질환이 가장 많았다,그밖에 주요 사망원인은 뇌혈관 질환, 만성 하기도 질환, 알츠하이머, 당뇨 등이었고, 사고는 6번째, 자살은 10번째로 지목됐다.


◆한인 암 발병 1위: 남성은 대장암, 여성은 유방암

미국에서 가장 흔한 5대 암은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 대장 및 직장암, 폐암, 위암, 간암이 꼽히며, 여성은 유방암, 대장 및 직장암, 폐암, 위암, 갑상선암이 꼽힌다..


‘2015 캘리포니아 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이들 5대 암 발병자들 중 한인은 4,230명이었다. 이들 중 한인 남성은 2,006명, 여성이 2,224명이었다.

암 진단을 받은 한인 남성 중에는 대장 및 직장암 발병자가 489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립선암이 448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폐암, 위암, 간암 순으로 암 발병이 많았다. 이는 전립선암 발병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타인종 그룹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계에서는 전립선암 발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직장 및 대장암이 전립선암 보다 많은 그룹은 한인이 유일했다.

2014년 보고서에서는 한인 남성들도 전립선암 발병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한인 남성의 암 발생 추세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인 여성들은 유방암이 956명으로 1위로 나타나 2위로 꼽힌 대장 및 직장암 465명보다 2배 더 많았다. 이어 폐암(291명), 위암(258명), 갑상선암(254명) 순으로 발병자가 많았다.


◆한인 위암·간암 발병률, 백인의 4배, 한국인의 절반

한인들의 암 발병률은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타 인종 그룹과 달랐고,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한인과 한국인들에게서 발병이 많은 위암과 간암 등에서 유독 큰 격차가 나타났다.

‘미 암통제협회’(Cancer Control Society) 저널에 따르면, 종류별 암 발병룰에서 한인은 미국인 특히 백인 그룹과 가장 큰 차이를 보였고, 한국인과도 격차가 컸다.

한인 남성은 위암, 간암, 담낭암 발병률이 백인 보다 최고 4.4배 높은 반면, 한국인에 비해서는 절반 이상 낮았다.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국 남성의 위암 발병률은 9.83으로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한인은 4.28로 한국인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댜. 간암은 한국 남성이 8.71로 백인 보다 8배 이상 높았으나, 한인은 4.40으로 역시 절반 수준이었고, 담낭암도 한인(2.86)이 한국 남성(5.44)보다 낮았다. 반면, 식도암, 후두암, 췌장암 등 기타 다른 종류 암에서는 한인 남성의 발병률이 백인 보다 낮았고, 한국인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한인 여성들도 위암(4.52), 간암(4.48) 등에서 백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발병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 여성에 비해서는 크게 낮았다. 한국 여성은 위암 8.04, 간암, 6.37, 담낭암 3.52, 자궁경부암 2.48 등으로 백인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암 사망률은 낮은 편

위암이나 간암과 같은 특정 종류의 암에서 한인들의 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전체 암 발병률은 한인 등 아시아계가 타인종 그룹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암 등록국(California Cancer Registry)이 인종별 인구분포를 감안해 산출해 낸 ‘2012년 인종별 암 발병률’은 흑인 남성이 509.4(인구 10만명 당 암 발병자 수)로 가장 높았고, 백인 479.4, 히스패닉347.6순으로 나타났고, 한인 등 아태계 남성은 298.6으로 가장 낮았다.

여성 그룹에서는 백인이 426.9로 가장 높았고, 이어 흑인, 히스패닉이 뒤를 이었다, 역시 한인 등 아태계 여성의 암 발병률이 294.6으로 가장 낮았다.

또, 암 사망률도 한인 등 아태계가 인종 그룹 중에 가장 낮았다.

남성의 경우, 흑인의 암 사망률이 231.7(인구 10만명 당 암 사망자)로 가장 높았고, 한인 등 아태계는 134.8로 가장 낮았다, 여성의 경우에도 흑인이 170.8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반면, 한인 등 아태계는 97.3으로 가장 낮았다.

아태계 건강포럼(APIAHF)의 과거 조사에서는 이와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인 남성의 암 사망율은 204.1로 백인의 225.4보다는 낮았으나, 아태계 평균인 160보다는 높았다. 반면, 한인 여성은 105.6으로 백인 여성의 167.7보다 낮았다.


◆식생활 가장 큰 영향… 조기 진단 중요

전문가들은 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식생활과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전인자나 사회경제적 요인을 제외하고, 인종별 암 발병실태가 달라지는 것은 문화적 배경에 따른 식생활과 생활패턴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암 발병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국인과 미주 한인들의 차이도 설명할 수 있다.

LA 암 센터 암 전문의 안상훈 박사는 “위암이나 간암과 같은 특정 종류 암에서 한국인과 미주 한인들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 두 그룹의 식생활과 생활패턴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며 “위암의 경우, 한국인이 미국 백인에 비해 8배 이상 높은 반면, 미주 한인은 그 중간에 위치하는 것은 식생활과 노출환경의 차이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주 한인들이 한국식 식생활과 생활패턴에서 벗어나 전형적인 미국 생활로 이행하면서 미국인의 암 발병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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