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식사도 대충
부모잔소리 갈등
사용기준 등 세워야
# 한인 김모(45)씨는 중학생 아들(12)과 아내를 보고 있으면 조마조마하다. 두 사람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자주 큰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시작은 스마트폰이다. 아내는 지난달 아이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SNS만 들여다본다며 전화기를 뺏어버렸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몰래 자신의 전화기를 쓰게 해줬다가 더 큰 불똥이 튀었다.
아내는 김씨에게도 불같이 화를 냈고, 아들의 스마트폰 압수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해 버렸다. 김씨는 “저러다 엇나가기라도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다.
# 박모(42) 주부도 최근 가족들에게 ‘식사 시간에 TV 보지 않기’를 선언했다. 9학년이 된 큰 아들(14)과 식사 시간만이라도 얼굴 보며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들은 밥을 얼른 먹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을 열어보면 게임을 하고 있거나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복병은 늦둥이 딸(6)이었다. TV를 틀어달라고 울면서 떼를 부린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TV를 틀어 놓는 게 나은 건지. 아들은 TV 대신 스마트폰에 빠지는 건 아닌지” 박씨 역시 고민이 많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스마트폰 등의 사용을 놓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부모 입장에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자녀 모습이 좋지만은 않게 보이고, 자녀 입장에선 “그만하라”는 부모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따름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갈등으로 전문 상담가를 찾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최근 교육관련 비영리단체 커먼센스미디어(CSM)는 10대들이 각종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데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쓴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8~18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일상을 조사한 결과 10대들의 미디어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9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TV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고 소셜 미디어로 친구와 소통하는 등의 시간의 포함됐다. 8세부터 12세 어린이도 하루 평균 6시간 이상의 미디어 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종별로는 흑인 가정의 아이들이 하루 11시간을 소비하면서 백인이나 히스패닉 가정의 아이들보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또는 미디어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이를 ‘중독’으로 본다. 학생이라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공부를 하는 등의 활동으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데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수면이나 학업, 식사 등에 문제가 생긴다면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설명이다.반대로 소속감이나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에겐 스마트폰 중독이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학교에서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경우 가상의 공간에서 대체 만족을 느끼면서 스마트폰 속에 존재하는 SNS 세상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자기가 만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욕구가 충족되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은 점점 더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중학생이 되기 이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12세 이전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 판단의 틀을 만들어주고, 이후 나이에는 그 틀을 기준으로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훈련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설명이다.<천지훈•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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