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과음·구타… 죽음 부르는 혹독한 신고식

2015-10-21 (수)
크게 작게

▶ ■ 기획시리즈-도 넘은 한인대학생 일탈

▶ (2)사교클럽 등 일탈, 한인 학생들도 노출

뉴욕 일원 일부 대학생들의 도를 넘은 일탈 행위는 학교 밖의 유흥 문화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대학들의 전통 중 하나로 내려오고 있는 대학 내 사교클럽 동아리(fraternity 또는 sorority)들 가운데 상당수가 행하고 있는 신입생 신고식이나 음주 등 관례가 단순 전통을 넘어 집단 괴롭히기나 군기잡기 등의 가혹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심할 경우 피해 학생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한인 대학생들 역시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이 같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나 정작 한인 학부모들은 이런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3월 뉴욕 업스테이트의 시라큐스 대학에서 발생한 아시안 아메리칸 대학생 클럽의 가혹 행위 사건은 이런 ‘우려가 현실’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시라큐스 대학 내 아시안 아메리칸 대학생 클럽인 ‘뉴 알파 파이’는 ‘체력시험’을 이유로 군기를 잡기 위해 눈이 온 운동장을 장갑도 없이 구르게 하는 등의 무자비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날 신고식에 참여한 3명의 학생 중 한 명은 두 손에 모두 심한 동상을 입고 손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한인 재학생 김모군과 타인종 아시안 재학생은 모두 정학처분을 당했고 재판 결과에 따라 최대 1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버룩칼리지에서 발생한 사교클럽 신고식 사망사건 역시 학내 클럽 가혹행위로 인한 사건이다.

이 대학의 아시안 아메리칸 사교클럽인 ‘파이 델타 싸이’는 그해 12월 펜실베니아 포코노의 한 주택 인근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체력훈련을 시키던 중 중국계 신입생이 선배들의 폭력으로 쓰러진 뒤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당시 한인 재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는 않았지만 “신고식 가혹행위는 뉴욕 일원 각 대학 내 한인들이 포함된 사교클럽이나 모임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한인 학생들이 밝힌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한인 대학생들의 교내 사교클럽 활동 중에 신고식을 빙자한 ‘폭음 강요’로 인한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몇몇 한인 학생들에 따르면 대학 내 한인 선배들이 신입생 환영식을 명목으로 마치 80~90년대 한국의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바가지 신고식을 강제로 시키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가지 신고식’이란 커다란 대접이나 바가지 등에 소주나 위스키 등의 알콜도수가 높은 술을 부은 뒤 침, 체모, 담뱃재 등의 이물질이나 오물 등을 섞어 마시게 하는 일종의 가혹행위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텍사스대에서 신입생 환영식을 이유로 과도한 음주를 강요하다 학생이 사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일탈행위에 대해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그 심각성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학생은 “한국에서는 중·고교 시절부터 선후배 사이에 존재해온 신고식들”이라며 “대부분 선후배간 유대감 강화로 여기고 심각하게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천지훈 기자>
A3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