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와 비즈니스

2015-10-05 (월)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작게 크게
638년 무슬림 2대 칼리프 오마르가 예루살렘을 점령할 때 그는 대항하는 군사들 이외는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을 죽이지 않았다.

대주교의 안내를 받아 예수의 무덤이 있는 성묘교회를 돌아보던 중 기도시간이 되자 오마르는 급히 밖으로 나가 길 바닥에 천을 깔고 절을 했다. 교회 안에서 기도할 경우 그 자리가 무슬림의 성지가 돼 성묘교회가 없어질 것을 염려한 배려였다고 한다.

반면 1099년 교황 우르바누 2세는 성지를 되찾기 위해 동원령을 내리고 십자군을 조직했다. 대부분 가난하고 무식한 농부들로 구성된 십자군은 복천년 왕국이 곧 온다는 성직자들의 말을 믿고 심판의 날이 오기 전 속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농토를 팔아 무기와 식량을 마련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구약시대 여호수아 군대가 여리고 성을 함락할 때 했던 것처럼 십자가를 짊어지고 성벽을 돌며 기도했다. 이처럼 어리석고 무지한 십자군은 이교도를 죽이는 건 천국으로 가는 선행으로 믿었고 성안의 모든 무슬림과 유대인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도륙했다. 그때 흘린 피가 무릎 높이까지 찼다니 그들의 광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70년대 가난하고 어둡던 시절 기독교 복음은 한국민들에게 영생의 메시지와 더불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했었다.


꼭두새벽 전국의 교회는 불을 밝히고 찬송과 기도는 하늘로 퍼져나갔으며 무언가에 몰두하면 끝장을 보는 화끈한 국민성과 찰떡궁합으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이뤘다.

지금도 그렇지만 축복은 당시 선교의 핵심단어로 이는 세상의 재물과 명예를 얻는 것으로 귀결된다. 불교를 숭배하는 나라는 모두 가난하지만 기독교를 믿는 국가는 부유하다. 이런 논리로 전개된 선교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던 사람들을 개종시키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덕분에 기독교는 한국인의 다수 종교가 됐지만 물질적 축복을 가치로 삼는 오염된 믿음은 오늘날 정신적 빈곤을 가져다주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 밤하늘 촘촘히 박혀 있는 빨간색 불빛이 십자군의 표시처럼 섬뜩한 이유는 물질 만능주의로 바뀌어버린 세상의 상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 유독 기독교 정신을 표방한 기업들이 많이 있으며 회사의 마케팅이나 경영주 개인의 관계에서도 기독교 이념을 구현하는 기업임을 강조한다. 기업주가 종교적 신념을 갖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지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고객과 직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종교가 다른 고객들의 반감을 살 수 있고 차별이라는 내부적 위험요소를 피해가기 어렵다. 또한 자신이나 회사의 실수로 사람들을 실망시켰을 때 소속 종교가 비난을 받게 되며 이는 오늘날 기독교가 사회적 신뢰를 잃게 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경영자들의 특징은 자신의 능력보다 큰 성공을 이뤘다 생각하며 부를 축복의 결과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자신의 불경으로 애써 축적한 재산을 잃지 않을까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열성적 교인이 된다. 부가 쌓일수록 신념은 더욱 굳어지며 자신의 축복은 모두 하나님께서 왔다고 겸손해 하지만 절대자가 나를 특별히 축복한다는 과시의 심리도 숨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릇된 종교관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해 신념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오만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이는 개인의 신앙과 공적 의무도 구분하지 못하고 동성부부의 정당한 결혼증명서 발부를 거부한 켄터키주 법원 서기와 이를 옹호하는 기독교인들의 태도가 증명해 준다.

예수님께서는 너희에게 새로운 계명을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말씀하시고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면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하셨다. 이처럼 기독교 정신은 철저한 이타적 삶을 요구한다. 하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존경 받지 못하는 경영자가 사업에 종교적 색깔을 입히는 것은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며 매우 유치한 행동이다.

진정한 신앙인은 지극히 작은 이웃들에게 소리 없이 도움을 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축복이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