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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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종과 지방육종

2015-09-22 (화) 차민영 /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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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일이다. 52세 남성이 1년 전 왼쪽 사타구니에 1.5cm되는 단단한 혹이 생겼는데 아프지는 않다고 했다. 임파선이 부은 줄 알고, 집에 있는 항생제를 먹었는데도 전혀 사이즈가 작아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커져서 지금은 3cm 정도로 자랐다고 약간 걱정이 되어서 찾아왔다.

왼쪽 고환에서 2cm 정도 떨어진 사타구니에서 촉진해 보니 골프공만한 사이즈의 약간 단단한 종양이 만져졌다. 곧 비뇨기과로 보내서 수술로 완전히 절제를 했다.

조직검사에서 지방육종(liposarcoma)으로 나왔으나 다행히 다른 곳으로 퍼지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재발없이 잘 지내고 있다.


8년 전 일이다. 40세 된 여성이 약 1년간 명치부분이 거북하다고 찾아 왔다. 위암이나 위염 등 위의 문제를 먼저 생각해야 하므로 위내시경을 권했다. 환자가 동의를 해서 위내시경을 했더니 위암은 없었으나 위장 중간 부위에 큰 돌출부위가 발견되었다.

즉, 이것은 위 점막 아래에 위의 근육에서 생긴 종양이든가, 아니면 위장 바깥에서 생긴 종양이 커져서 위를 누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복부 초음파를 실시한 결과 무려 20cm나 되는 큰 종양이 위와 간 사이에 생겨서 위를 바깥에서 누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며칠 뒤 외과의사가 개복수술을 하였더니 20cm의 큰 지방육종이 발견돼 전부 제거하였다. 이 환자는 그 후 화학요법도 여러 번 받고 지금까지 재발없이 잘 지내고 있다.

지방세포에서 생기는 종양은 대부분 양성 종양으로 지방종(lipoma)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미용상 보기 싫기는 해도 의학적으로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지방세포에서도 드물게 악성 종양(즉, 암)이 자랄 수 있는데 이는 지방암이라 부르지 않고 지방육종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보통 앞의 두 케이스에서 보듯 사타구니 밑으로 허벅지 깊은 곳의 지방층에서 생기거나 복부 깊은 곳(retroperitoneum)의 지방층에서 생긴다.

양성 지방종은 전혀 증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 위험이 거의 없다. 단지 사이즈가 커지면 미용상 보기가 싫기 때문에 제거를 한다. 반면에 지방육종은 사이즈가 계속 자라므로 결국은 주위 조직에 압박을 가하여 통증을 일으킨다. 케이스 2와 같이 위를 압박하면 소화장애를 일으키고 구역질을 유발한다.


또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종양이 수뇨관을 압박하면 콩팥 기능이 나빠져서 신장부전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몸의 어느 부위에서든지 혹이 자라는 것이 보이거나 복부가 불편하게 느껴지면 그냥 ‘괜찮겠지’하고 두고 보지 말고 꼭 내과의사를 찾아가서 검진을 받아보고 필요하면 초음파나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후 지방육종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직검사(또는 종양 절제술)를 받아야 한다. 또한 40세가 지나면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아무 증세가 없더라도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기를 권하는데 이때 우연히 각종 종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정기검진을 권하는 이유이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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