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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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밀레아 트럭’ 줄리 박 ‘세일즈 스페셜리스트’

2015-09-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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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무용.붓글씨 좋아했던 ‘서울 토박이’

중고트럭 되팔러 갔다가 매니저 눈에 발탁
입사 한달만에 트럭 8대 판매 ‘신화적 존재’
한결같은 모습. 사후 서비스가 성공 비결

트럭 판매는 대부분의 고객이 남성이기에 고객 상대가 쉽지 않다. 그래서 흔히 트럭 세일즈는 남성의 영역으로 불린다. 그런 분야에서 홍일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여성이 있다. 23년 경력으로 한인사회에서 독보적인 프로 세일즈우먼으로 통한다. 그는 밀레아 트럭의 줄리 박(66) 세일즈 스페셜리스트다. ‘정직, 성실, 근면, 웃음’ 등으로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게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고객에서 영업사원으로


그는 1983년 밀레아 트럭딜러를 처음 찾아 갔다. 남편이 새로 시작한 비즈니스를 위해 트럭 5대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992년 사업을 접고 중고트럭을 되 팔은 것도 그 곳이었다. 그렇게 해서 10여 년 동안 고객으로서 밀레아 트럭딜러와 인연을 맺었고 1993년 그 곳에 세일즈 우먼으로 다시 인연을 맺었다.

이탈리안 딜러 사장과 매니저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해서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절했다. 전혀 모르는 분야인데다가 여자로서 하기에 어렵다는 남편의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해도 된다’며 수차례 권유하는 매니저의 열정적인 권유를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트럭 딜러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

처음 근무할 때는 딜러에 한인고객이 오기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어쩔 줄 몰라 쉽게 말문을 열기 못했다. 그때마다 매니저의 친절한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했고 트럭 세일즈 전문 자격증도 취득했다. 거기에 세월이 주는 풍부한 경험까지 더했다. 그래서 오늘날 독보적인 트럭 전문 세일즈우먼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렇게 밀레아 트럭의 고객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세월이 어느 덧 23년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트럭 판매가 매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하나하나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여성이 하기 힘든 직업인데도 20년이 넘도록 독보적으로 일하고 있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매력”이라고 말한다.

한결같은 사람

그는 근무 1개월 만에 여성이라는 희소성의 위력(?)에 힘입어 한인고객들에게 트럭 8대를 판매했다. 트럭 판매가 천직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23년 동안 꾸준하게 ‘고객이 만족하는 트럭’, ‘믿고 탈 수 있는 트럭’을 판매해오고 있다.

한 달에 평균 5-6대 많을 때는 15대를 판매했다. 1993년 첫 발을 들여놓은 이래 23년 동안 2,000여 대를 팔아온 트럭 판매 업계의 ‘신화’적 존재다. 이런 실적의 바탕에는 그에게는 항상 변함없는 ‘어떻게 하면 고객이 만족하는 트럭을 판매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영업지향 목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영업 철학은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트럭을 구입한 이후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까지도 솔직하게 얘기해준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신뢰를 통해 고객이 트럭을 구입한 후 항상 만족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략이다. 좋은 고객이나 나쁜 고객을 구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다. 모든 고객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를 힘들게 하는 고객들도 있다. 설명할 때는 건성건성 듣다가 막상 계약할 때 딴소리를 할 때다. 좋은 트럭을 사고자하면서도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싼 가격으로 흥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고객들은 만나면 힘은 들지만 화를 내지 않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고객들이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트럭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직률이 심한 자동차 판매업계와는 달리 처음부터 지금까지 밀레어 트럭 딜러에서 23년째 각종 트럭 세일즈를 하고 있다. 항상 한자리에 있는 것. 그래서 언제나 원하면 방문상담이 가능하다. 한자리를 묵묵히 지켜오고 있는 ‘한결같은 사람’이 그의 장수비결인 것이다.

그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고객 한명 한명에게 미소로 반갑게 맞이하며 정성을 다한다. 편안한 미소와 친근한 대화로 고객 스스로가 VIP로 느낄 수 있도록 성실한 모습으로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고객을 가족처럼

그는 트럭을 출고한 후엔 고객에게 더 신경을 쓴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에게는 전화를 걸어 트럭에 아무 문제가 없는지 등을 자주 살핀다. 전화로 안부를 묻고 열심히 애프터서비스를 한다.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사후서비스까지 책임지고 처리해 준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으로 여긴다. 소중한 만남으로 고이 간직하며 꾸준하게 고객감동을 실천한다. 그 이유는 트럭을 많이 파는 것보다 고객이 만족하는 트럭을 팔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접거나 타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고객들은 꾸준히 찾아온다. 심지어 타주로 이사가 사업체 근처에 트럭 딜러가 있어도 ‘내가 왜 또 여기를 왔지’라는 너스레를 떨며 찾아오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그는 “정성을 다해 맺은 인연으로 계속해서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고객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프로의 향기

그는 1948년 서울 종로구 필연동에서 태어났다. 1남4녀의 넷째 딸. 막내 남동생을 봐서 부모님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다. 돈암동으로 이사와 초등학교 시절엔 뜀뛰기를 잘해 성북구 마라톤대표. 여고시절엔 고전무용을 전공했다.

김천흥 선생님께 춤을 배웠고 미국에 와선 15년 전부터 뉴욕한국국악원 박윤숙 원장과 인연을 맺어 지금도 고전무용 공연으로 재능기부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춤뿐만 아니라 한국서 한동안 서예가 김충현 선생님께 붓글씨를 배웠고 미국 오기 전 선생님께서 직접 써주신 빙그레 웃고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는 뜻의 소이부답 심자한(笑而不答 心自閑)의 작품을 받아 가훈으로 삼고 있다.

그가 항상 잘 웃고 편안한 미소를 지닌 이유다. 종교는 불교. 불광 선원의 일심회 회장도 맡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맨손체조 그리고 108배 등이 건강비결.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여명에 동쪽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면 인생의 즐거움이 생긴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를 책임져야 하는 것, 지금까지 계속 걸어온 것 그리고 밀레아에서 23년 동안 일한 것 그리고 아침 해보고 저녁별보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을 선택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을 그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트럭 판매는 화초나 나무를 가꾸는 것과 같다고 한다. 모든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정성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편안한 미소로 친절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 고객에게 자주 연락하는 사람 등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프로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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