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선교 다녀 온 후 나누는 기쁨 깨달아
미국대표 월드피스 오케스트라 단원 발탁
“생명 살리는 일로 더 큰 도움 주고 싶어”
뉴저지 먼머스카운티 특목고인 얼라이드 보건과학 고등학교(Academy of Allied Health and Science) 12학년에 재학 중인 곽병주(16•영어명 윌리엄•사진)군. 비록 어린 나이지만 곽 군의 꿈은 평생 남을 도우며 사는 것이다.
그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들어졌다. 당시 부모를 따라 중남미 국가에 단기선교를 떠났던 곽군이 자신이 얼마나 풍족한 삶을 누려왔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에겐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의약품도 그들에겐 늘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었고, 평안한 안식처로만 알고 있던 집은 고쳐야 할 게 많아 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공간이었다. 심지어 물마저도 자유롭게 마시거나,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질 않았다.
실제로 곽군이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선교를 위해 방문한 니카라과는 일인당 국민소득은 약 5,000달러로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도미니카 공화국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곤 해도 많은 국민들이 가난에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티 지진 이후 건너온 난민들까지 가세해 상황은 쉽지 않다. 선교를 다니면서 곽군은 점차 자신의 깨달음을 미래를 설계하는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짐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 후로 지금까지 곽군은 자신과의 약속과도 같은 ‘이타적’인 마음을 계속해서 지켜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이는 은빛 요양원을 찾는 일이다. 매주 곽군은 자신의 장기인 음악연주를 하거나, 가르치고 또 태권도 시범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곽군은 “요양원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몸을 움직일만한 기회가 별로 없음을 알고 함께 연주를 하거나, 태권도로 가볍게 몸을 푸는 동작을 만들어 선보이게 됐다”면서 “그 분들의 웃는 모습이 내게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사실 곽군은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에 있어서 수준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그의 봉사활동이 상당부분 음악에 집중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곽군은 “9학년 때 미국 대표로 월드 피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발탁돼 링컨센터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고 수줍게 고백을 했다. 월드 피스 오케스트라는 세계 50개국의 음악가를 대상으로 1회성으로 매년 단원을 뽑는 조직이다.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며, 곽군 나이의 학생이 합류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처럼 음악인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곽군이지만 “음악보다는 ‘의사’ 혹은 ‘치과의사’로 자신의 비전을 개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음악적 재능은 남들과 나누면서 마음과 평안함을 선물할 수 있어서 물론 좋지만, 전문적인 의료인은 생명을 살리는 일 혹은 누군가의 불편한 몸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데 더 큰 기대가 있다. 이 때문에 곽군은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한인 치과에서 보조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꿈에 한걸음 더 다가서기도 했다.
곽군은 “의사가 돈을 많이 번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런 것은 내 삶에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그런 날을 만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