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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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 칼럼:법과 현실

2015-09-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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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을섭 <공인회계사>

우리가 조국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기까지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미국의 이민법과 우리의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합법적인 신분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영주권을 얻고 나서 이제 조그만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또 한 번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얼마 전 커네티컷에 불어 닥친 노동청 감사의 강도는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한인 사업자들에게 타격을 주었다. 가족의 전 재산을 들여서 투자한 비즈니스, 아이들 학비도 벌어야 하고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는 있는 비즈니스가 하루 아침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나? 영문도 잘 모르고 당한 뒤 담당하는 회계사에게 전화를 건다. 우리 가게 문 닫게 됐어요, 왜요?, 글쎄 잘 모르겠어요, 뉴욕처럼 종업원 주급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요. 나는 몇몇 손님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화가 나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런 중 범죄자에게나 내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인가.


그러나 감정에 치우칠 여유가 없다.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날부터 사업하시는 분들을 사무실로 불러서 설명을 했다. 현재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몇 차례 저희 사무실에서 준비한 자료를 나눠드리며 설명을 했지만 밀려오는 전화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결국 한국일보에 광고를 내고 커네티컷 네일협회와 공동으로 세미나 겸 설명회를 개최하게 됐다.

미국은 주마다 각기 다른 법을 가지고 있다. 네일 가게의 경우 뉴욕은 팁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주지만 커네티컷은 팁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사실 네일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받는 팁은 레스토랑에서 받는 팁에 못지않은데 최저 임금 계산에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가지고 단속을 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법은 법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 법을 고치지 않는 한 지켜야 한다.

이제 커네티컷 네일협회를 중심으로 법 개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우리도 하나로 뭉쳐 우리의 이익과 권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그 동안이라도 우리는 현재의 법을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민국에서 요구하는 I-9 양식까지는 다 충족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번 노동청 감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종업원 최저 임금, 오버타임과 관련한 임금기록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임금과 팁은 IRS, State, 노동청 등에 세금보고를 해야 한다.

종업원들은 다음 달 10일까지 고용주에게 한 달 동안 받은 팁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팁은 보고하든 안하든 종업원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법을 잘 알고 종업원을 설득하여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인내를 가지고 해결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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