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에피소드이다. 지인 한분이 서울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 좌석의 미국인 승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 미국인이 느닷없이 말했다. “당신 나라는 히딩크 라는 외국 축구 코치를 수입하여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했다. 그런데 요즈음 뉴스를 들으니 당신 나라 정치가 영 엉망인 것 같다. 어떠냐, 유능한 대통령 한 명 수입하는 것 말이다.”
나의 지인 또한 센스와 유머가 있는 분이다. 그분의 대답이 이어졌다.
“옳은 말이다. 수입을 해야겠다. 그런데 딱 하나 조건이 있다. 조지 부시 만은 절대로 안 된다.” 그랬더니 그 미국 친구 깔깔 웃으면서 “아이쿠, 내 마음을 들켰구나” 했다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나는 오바마를 찍었다. 오바마가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라 조자룡이 헌 칼 마구 휘두르는 듯 ‘티파티’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려는 지라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대통령 선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돈키호테 같은 트럼프가 혜성같이 나타났다. 좌충우돌 식으로 내 뱉은 말이 꽤나 회자되고 있고 공화당 경선 후보 중에서 단연 인기 일등이다.
나는 처음에는 정치권 특히 공화당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조롱하는 의미에서 인기투표에서 그를 찍어서 그럴 것으로 생각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고 할까, 도토리 키재기라 할까 -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가 내 뱉은 한마디 한마디를 붙들고 야단들이다. 급기야 젭 부시가 자기 딴에는 히스패닉을 감싼다고, 히스패닉 불법체류자들의 ‘앵커 베이비’가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원정출산이 문제이니 어쩌니 하다가,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호된 반발을 사고 있다.
중동 전쟁에서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을 십자군이라고 망발을 한 조지 부시 대통령, 그 형의 그 동생이다. 하긴 모 신문에 미국 역대 대통령의 IQ가 소개되었는데, 꼴찌부터 꼽자면, 동메달이 아버지 부시, 은메달이 레이건, 그리고 금메달이 아들 부시 대통령이었다.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도 대통령을 수입하면 어떨까. 한 두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미국은 기초가 탄탄하게 되어 있어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잘 굴러 갈 것이니 대통령 수입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공화당 후보들의 토론을 보니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굴러 갈지는 모르겠으나, 위대한 미국의 재현은 안 될 것 같다. 퇴보시킬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갈 수도 없고 참으로 답답하다.
그러다가 묘안이 떠올랐다. IQ가 200쯤 되는 로봇을 만들어 그 로봇을 대통령으로 삼자.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다. 국정운영 외에 여러 좋은 점들이 수두룩할 것 같다. 우선 빌 클린턴처럼 섹스스캔들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로봇을 파란색, 노란색으로 칠하면 인종 갈등의 문제도 없다. 뇌물? 걱정거리가 안 된다. 암살? 배터리나 컴퓨터 칩 하나 갈아 끼우면 되니 누구도 암살을 할 생각을 안 할 것이다. 아무래도 로봇 대통령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대선 후보 토론을 보면서 하도 답답해서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