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숙자와 함께 식사한 경찰관 (문성길 / 의사)

2015-08-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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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빵만 먹고 사는 게 아니야!” 노인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자식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이유로 “양로원에 가셔야만 된다”고 하는 말이라 한다.

모든 것이 획일적인 현대사회(특히 서구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모두들 이를 당연시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로마 바티칸 시에선 교황의 제안으로 노숙자들을 위한 샤워시설을 길거리에 설치했다 한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노숙자들을 식사에 초대했지만 막상 그들이 오지를 않아 연유를 알아본즉 자신들이 너무 목욕을 오랫동안 못해 더러워 식사초대에 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일이 있은 후 교황의 지시로 샤워시설이 설치되고 노숙자와 교황이 함께 하는 식사가 계속됐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 경찰관이 길거리에서 노숙자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사진이 기사와 함께 신문에 실려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꽤 오래전 이웃에 알츠하이머병인지, 노인성 치매인지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사는 이탈리아계 가족이 있었다. 며느리는 50이 다 된 학교 교장 선생님인데 어떻게나 시아버지를 잘 모시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보통사람들의 경우라면 시아버지 되는 그 노인은 벌써 양로원에 입학(?)했을 텐데 참으로 극진히 시아버지를 모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장이 혼자 생계를 책임지던 사회가 무한 소비시대가 돼버려 부부가 함께 일해야만 하는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면허도 우리의 ‘정(情)’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을 얻어 혼자 먹고 사는 노숙자 뿐이겠는가. 노인들의 제일 큰 두려움은 의식주 부족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잘났다 하던 사람들도 막상 힘들 때 의논할 친구하나 없어 외롭고 절망스러워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경찰관의 마음씀씀이는 작은 것 같아도 실은 한없이 깊고 넓어 얼음장 같았던 노숙자의 마음을 녹여주고 외로움을 달래주었을 것이다. 교황의 노숙자 배려는 우리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힘없는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대해야 하는 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예일 것이다.

큰일만이 일이 아니고 작은 일도 일이며 작은 일을 성실히 할 때 그들에게 안심하고 큰일도 맡긴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들어왔다. 수없이 많은 미사여구보다 말없는 실천이 훨씬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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