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교는 사회의 거울

2015-08-17 (월) 수지 오 / LAUSD 교장·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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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학교이든 사립학교이든 학교는 그 지역사회의 거울이요 축소판입니다. 사회에 이혼율이 높으면 학교에도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많아지고, 사회에 범죄가 있으면 학교에도 그 영향이 끼치고, 사회에서 마약이 사용되면 학교에도 마약이 침투합니다.

반면에 그 사회에 봉사정신이 강하고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이 많으면 학교도 그만큼 좋아집니다. 어떤 지역사회는 학교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사기업체들이 학교에 기부를 하거나 grant를 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지역사회의 학교들은 그 지역사회 가족 일원이 되어 보호받기도 합니다.

제가 22년 동안 LA의 Hancock Park 지역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학교는 그 지역사회의 거울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학부모, 교직원, 학생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가 90년이나 된 긴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학교인지라, 지난 5월에 90주년 생일파티를 했을 때에는 나이많은 동창부터 젊은 동창들이 다함께 모여 동창회에서 학교에 기부금을 준 일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학교 졸업생이 일하던 Wells Fargo Bank에서 5,000달러를, 학교 부스터 클럽(Booster Club)인 Friends of Third에 기부하였습니다. 수년 전 영화배우 커크 더글러스(Kirk Douglas)가 운동장 개선기금(Playground Enhancement Grant)으로 5만달러를 낸 적이 있습니다.

대학 총장도 아니고 공립 초등학교 교장인데도 기금 모으는 커뮤니티 아웃리치(community outreach) 노력을 저도 학부모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주정부 예산만 받고 Title 1(타이틀 원)이라는 연방 정부 돈을 한 푼도 못 받는 대체로 부유한 가정들의 자녀들이 재학하는 학교이므로, 공립학교라도 학부모들이 학교 발전기금을 1년에 거의 20만달러가량 거두어 모든 학생들을 위한인리치먼트(enrichment)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꼭 기부금뿐만 아니라 학교의 중요 안건 결정(decision-making process)에도 학부모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공부는 잘하는 편인 한국 학생이 필요한 스킬은 분노관리(anger management)와 갈등해소(conflict resolution) 스킬입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배워야 할 점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어떤 한인 아빠가 학교 수업시작 전에 교통정리 봉사하는 엄마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야단법석을 떤 일이 있습니다. 성질 급하게 잘못 주차한 자동차에 대해 언급했다고, 수고한다고 도와주고 협력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원봉사자들에게 달려든 것입니다. 학교에는 자녀들이 6시간이나 7시간만 공부를 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방과 후 학원이나 가정에서 책임을 집니다.

학교는 다문화 사회의 미국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인종, 언어, 종교, 문화, 학부모의 교육, 경제적 사회적 위치가 다양한 가정의 아이들이 부모의 배경과 학생들의 필요성을 막론하고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받을 권리가 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

학부모들께 다음과 같은 책을 꼭 읽도록 추천합니다. 한국어번역판도 나왔으니까요.


학교라는 곳은 학생들만 배우는 곳이 아니고, 학부모, 교직원, 교장들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배우고 책을 읽는 곳이니까요.

①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by Carol Dweck(한국어 번역판: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

② How Children Succeed by Paul Tough(한국어 번역판: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③ Cradles of Eminence Updated by Ted Goertzel and Ariel Hansen(한국어 번역판: 세계적인 인물은 어떻게 키워지는가?)

④ Nurture Shock by Po Bronson and Ashley Merryman(한국어 번역판: 양육쇼크 (충동)

교육상담 문의: drsuzieoh@gmail.com

<수지 오 / LAUSD 교장·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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