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늘리기 수법 횡행
▶ 방지 감시시스템 도입 시급
#뉴저지의 모 노인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A모 할머니는 ‘간병인’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일주일에 15시간씩 간병인이 A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목욕을 도와주고,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도와주고 떠난다.
문제는 이 간병인이 15시간을 다 채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평균 머무는 시간이 5시간 남짓. 그러나 간병인이 내미는 서류는 15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돼 있고, A 할머니 역시 10시간이 추가로 기재돼 있는 걸 알지만 그냥 서명을 한다.
A 할머니는 “같은 한국 사람끼리 문제를 삼기 싫어 그냥 눈을 감아주고 있지만, 가끔 이래도 되나 싶다”고 말했다.
#뉴저지의 또 다른 타운에 살고 있는 B모 할머니의 간병인도 실제 머무는 시간과 서류상의 시간이 다르다. 그러나 이는 B 할머니가 원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B할머니는 자신의 좁은 노인 아파트에 간병인과 오랜 시간 있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로 간병인을 되도록 빨리 보내려 한다.
간병인이 잘 근무하고 있느냐는 홈케어 업체의 전화가 걸려오면 ‘시장에 갔다’고 둘러대기로 이미 입은 맞춰 놨다. 물론 먼 길을 찾아오는 간병인에게 미안한 마음에 근무 시간은 일주일 최대치인 15시간을 적어준다. 그러나 B 할머니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한국 사람끼리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메디케이드 가입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홈케어, 이른바 간병인 서비스가 한인사회에서 시간 부풀리기 등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간병인 서비스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메디케이드 기금을 이용한 주정부의 공식 의료서비스. 전문가들은 뉴저지에만 간병인 서비스를 받는 한인노인이 500~800명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한인들의 편법 이용으로 이런 귀중한 세금이 줄줄 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1차적으로 간병인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노인의 개인 집에서 간병인과 노인이 1대1로 만나는 홈케어 프로그램의 특성상 외부의 감시가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 그러나 이 때문에 뉴욕 등은 홈케어 업체가 틈틈이 간병인은 물론, 노인에게 전화를 걸어 둘이 함께 있는 여부를 파악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본보와 만난 뉴저지 한인 노인들 상당수는 이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물론 간호사가 2주에 한 번씩 해당 집을 방문해 간병인의 방문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방문 기록을 놓고 점검을 하다 보니,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한인사회 특유의 ‘정 문화’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 또한 일고 있다. 같은 한인끼리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과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풍조가 만연해 간병인의 시간 부풀리기를 쉽게 눈감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인 데이케어 관계자는 “노인이 입을 다물어 버리면 사실상 간병인의 부정행위는 적발하기가 불가능하다”면서 “노인이 마음을 굳게 먹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함지하 기자> A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