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모래해변 모래찜질 신경·피부병 등 좋아
▶ 제주 대표적 향토음식 ‘자리돔 물회’ 최고 유명
[제주도의 색다른 피서방법]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연일 제주를 달구고 있다. 양산에 선글라스, 부채, 휴대용 선풍기까지 들고 밖을 나섰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더위가 이어진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현대에 들어 날씨가 더욱 무더워지고 있다지만 한여름 더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냉감 소재를 이용한 기능성 속옷도, 에어컨과 같은 각종 냉방기기도 없던 옛날 제주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냈을까.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제주만의 색다른 피서방법을 알아보자.
제주의 역사를 담은 사진집을 들여다보면 음력 7월15일 백중날 사람들이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온몸으로 맞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여성들이 우비를 뒤집어쓰고 물을 맞으며 몸을 잔뜩 움츠린 모습은 흐릿한 흑백사진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더위를 날릴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게 느껴진다.
제주에는 예로부터 ‘백중날 물맞이’하러 가는 풍속이 있다. 백중날 물을 맞으면 위병, 허리병, 열병을 비롯한 속병까지 고쳐 준다는 속설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백중물은 약물(藥水)’이라 해서 사람들은 한라산에서 흘러 내려와 바다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기도 했다. 비단 백중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서귀포 소정방폭포 또는 원앙폭포 등 자연폭포에서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을 맞는 도민과 관광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제주공항에 인접한 도두포구의 ‘오래물’과 삼양검은모래해변의 ‘감수탕’, 곽지과물해변의 ‘과물’, 함덕서우봉해변의 ‘고두물’, 서귀포 예래동의 ‘논짓물’ 등 일 년 내내 18도의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노천탕에 몸을 담가 더위를 피하기도 한다.
제주 사람들은 시원한 냉기가 흐르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제주에는 많은 용암동굴이 있는데 그 중 만장굴, 협재굴, 쌍용굴, 미천굴 등 이름난 동굴은 더위를 피하기 위한 안성맞춤 장소다.
바깥 기온이 최고 35도 안팎을 오르내려 걷기가 어려울 정도일 때도 동굴 내부는 냉장실과 비슷한 12∼14도를 유지해 시원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의 추운 느낌이 들어 더위를 싹 가시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굴을 활용한 카페도 생겨날 정도다.
이열치열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 제주시 삼양동 검은모래해변에서 모래찜질을 하기도 한다. 공항에서 동부 일주도로를 따라 10㎞가량 떨어진 이곳은 해안 현무암 지대를 덮은 흑사장이 아담하게 펼쳐져 여름철 신경통과 피부병 등 각종 질환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발끝에서 가슴까지 검은 모래를 덮고 양산이나 밀짚모자, 선글라스로 햇볕을 가려 30분가량 찜질을 하는 모습은 이곳 해변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더위를 이겨내는데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철 계절 음식으로 삼계탕, 보신탕, 냉면, 콩국수, 빙수가 유명하지만 제주사람들은 물회를 최고로 친다.
특히 자리돔 물회(자리물회)는 제주의 대표적 향토 음식으로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다. 자리물회는 붕어만 한 크기의 생선인 자리돔으로 만든 물회다.
주산지인 마라도와 가파도 부근에서 잡은 싱싱한 자리돔의 머리를 떼어낸 뒤 비늘을 벗겨 얇게 저며 썰고 된장과 고추장, 오이, 부추, 깻잎 등채소를 넣어 만든 자리물회는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푹푹 찌는 무더운 한낮 식당에 들어가 얼음이 동동 뜬 자리물회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면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가을바람을 맞은 듯 소리 없이 사라진다.
자리물회 외에도 제주의 여름철 별미 중 하나는 개역이다. 개역은 보리 미숫가루를 말한다. 다른 지방에는 미숫가루를 쌀이나 찹쌀로 만들지만 제주에는 쌀이 귀했기 때문에 보리로 미숫가루를 만들었다. 5∼6월께 보리 수확을 마친 후 솥에 볶아 맷돌로 갈아 만든 개역은 물에 얼음을 띄워 함께 타 마시거나 가끔 식은 밥에 비벼 먹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8월, 최고의 여름 휴양지 제주에서 관광하며 독특한 제주 전통 피서 법으로 더위를 이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