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선 <수필가>
밤새 전원을 꺼놓은 핸드폰을 아침에 열어 보니 한 줄 문구가 손끝에서 반짝이며 다가온다. 좋은 아침! 많이 덥지? 오늘도 수고해, 파이팅! 그리고 이모티콘으로 함박웃음을 가득 채워 놓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 항상 보고 싶은 꽃처럼 화사하게 잘 웃는 친구가 상쾌한 아침을 선물한다. 맑은 하늘처럼 청량한 소리로 건네받을 수 없는 아쉬움이 남지만 왠지 오늘 좋을 일이 생길 것 같은 설렘이 일렁인다. 친구는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그래서 꽃에 비유되어 함박꽃이라고 불렀다.
꽃의 아름다움이 다양하듯이 다른 친구들의 웃는 모습도 제 각각이다. 어떤 친구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보고 웃는가 하면 다른 친구는 옆에 있는 사람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웃는다. 또 다른 친구는 두 손을 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다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눈만 살짝 내밀고 웃는다. 소리 내지 않고 입 꼬리만 올라간다고 하여 친구들은 나를 물고기 웃음이라고 놀려 주곤 했다. 웃다 보면 서투른 대화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솟아나고 부뚜막 위에 놓여 진 맛깔스런 양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웃는 사람 옆에만 있어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서로 주고받지 않지만 저절로 전해지는 달콤한 향기를 느끼게 된다.
한 대학의 연구팀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웃음행위는 세포성장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되었다 웃음이라는 행동은 엔도르핀, 도파민 등의 긍정적인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서 긍정적인 마음이 되고 그것이 습관화 되어서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이 된다.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가장 큰 특징 하나가 웃음이라고 한다. 웃음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힘의 원천이 되며 웃음은 긍정의 힘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웃음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학술적인 논문이 없었던 오랜 옛날부터도 어른들은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었고 웃음은 보약이라고도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실수를 해도 넉넉히 용서가 되고 배배꼬인 상황에서도 막힌 둑을 허물고 도랑물을 만들어준다. 웃음은 유익한 전염성이 있다.
얼마 전 지인이 보내준 유쾌한 동영상을 보았다. 조용한 지하철 안에서 한 할머니가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바라 보다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웃었다. 앞사람도 웃기 시작했고 하나 둘 따라 웃다가 마침내 그 안에는 웃음바다가 되었고 파도가 일렁이듯 몇 번이나 잦아졌다 일어났다 반복하며 웃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더 크게 웃음을 키워 나가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동영상 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예전 같지 않은 불경기가 지속되고 찌는 무더위로 한여름 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닌 요즘이다. 입맛도 달아나고 밤잠도 설치다 보니 몸도 지치고 마음도 고단해져 하루해가 길게만 느껴진다. 무거운 것은 발걸음만이 아니라 사느라고 빼앗긴 즐거움과 노래와 웃음이 사라진 보이지 않는 마음의 침묵이다. 침묵을 깨는 처방은 웃음이 최상의 방책이다.
얼굴이 부서져라 웃는 “파안대소”, 허리가 끊어져라 웃는 “요절복통”, 손뼉을 치며 크게 웃는 “박장대소”,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포복절도” 가 있다. 이 모든 웃음 여러분께 거저 드립니다. 맘껏 가져 가셔서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웃음은 멀리 있는 친구에게도 보낼 수 있습니다. 푸르던 시절 이맘때면 산과 바다로 떠나 친구들과 불렀던 노래가 가끔 생각이 나서 온 종일 빼꼼빼꼼 웃으며 지냈다.
“걱정을 모두 벗어 버리고서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즐겁게 모두 항상 웃어요 세상 밝으니/걱정하면 무엇해 / 즐겁게 노래하자/걱정을 모두 벗어 버리고서/ 스마일스마일스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