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김 숭 목사 ㅣ 일예배에 빠지면 안 되는 이유 둘

2015-08-0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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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회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엔 사역 기간 내내 같이한 자들도 있고, 잠시 스쳐지나간 만남들도 있었다. 목회라는 게 ‘포교성’이 있는 일이라 난 만난 이들에게 어떻게든 내가 믿고 확신하는 기독교 신앙을 최대한 설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어진 인간 경험이란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 힘든, 정말 만난 이들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그 긴 세월 속의 수많은 인간 경험을 했다면 이젠 어느 정도 답이 나올 법도 한데 사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인간만큼 이 지구상에 난해한 존재도 없다는 게 그간의 얻은 답이다.

교회와 예배가 존재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런 인간의 난해성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라는 장치 안에서 극복케 하기 위함이다. 예배는 나를 볼 수 있는 거울이다.


하나님의 웅장한 구원의 은혜 앞에 세워진 나의 실존을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자리, 바로 우리의 예배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중 누군가가 예배를 소홀히 한다면 그는 예배의 대상인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고 마는 셈이다. 목회하면서 가끔 이런 이들을 본다.

일 년에 교회에 서너 차례 온다. 기독교의 주요 절기인 부활절, 추수감사절, 또는 성탄절 정도에만. 가끔 보니 목회자로서 더 반갑게 대한다. 대화도 틈을 타 더 나눈다.

“이렇게 오랜만에 보면 됩니까, 더 자주 오셔야죠. 하나님께 규칙적으로 예배하는 일만큼 중요한 거 없어요.” “아이고, 목사님. 잘 알죠. 정말 그래야 되는데 이리 됐네요. 근데 목사님 말입니다. 목사님 그거 아시죠? 내가 지금은 이래도 하나님 정말 사랑하는 거 말이에요.” 이 말은 들은 난 사실 할 말을 잊는다. 이럴 땐 그냥 껄껄 웃으면서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게 상책이다.

사실 할 말은 있다. 그것도 입 밖으로 거의 튀어나올 만하나 겨우 꾹 참는 말, 바로 이런 말이다. “아니요. 전 잘 모르는데요. 형제님이 하나님을 사랑해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불리지 않는 노래는 노래가 아니듯, 신앙도 표현되지 않으면 참 신앙이라고 말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매 주일 있는 예배를 놓고 생각해보자. 기독교인들은 7일마다 찾아오는 주일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린다. 이와 관련해 가끔 교인들로부터 이런 궁금한 질문들을 받곤 한다. 왜 매주 모이지요? 왜 매주 꼭 예배를 드려야 하는 거지요? 일 년에 한 번으로 하면 안 될까요? 등등.

이에 대한 정답은 어떤 걸까? 첫 번째 답변으로서, 우리 인간들의 두뇌 안에는 은혜를 쉽게 망각하는 장치가 이미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를 되새기는 자리다.

7일을 건너뛰어 14일째만 되어도 하나님의 은혜는 내 삶 속에서 이미 고갈되어 버린다. 이는 주일예배 때 은혜 받으며 들었던 설교 내용을 하루 이틀 만에 까맣게 잊어버리는 우리 자신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7일이란 창조적 사이클은 우리를 망각의 달인으로서 이미 잘 알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마련해 놓으신 방식이다.


두 번째 답변은 표현의 필요성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사랑을 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방법이어도 그것은 표현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사랑한다고 말만 해놓고서 그걸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면 상대는 그 사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하나님께 내 사랑을 표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기적으로 하나님을 향한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내 사랑이 그분께 전달될 수 있다. 무엇이든지 말로만 하는 건 안 된다. 주관적인 말이 객관적인 검증을 얻으려면 반드시 그에 따르는 책임이 뒤따라와야 하는데, 그 책임이 바로 ‘표현’이다.

나의 신앙도 그래야 한다. 표현되고 표현하는 신앙이 되어야 한다. 매주 있는 주일예배는 나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이다. 고로, 이번 주일예배는 절대 빠지지 마시길. 하나님을 정말 사랑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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